기후변화로 200㎞ 북상한 ‘전선’…큰비·늦더위 가져온 원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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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당 100㎜를 넘기는 강한 폭우, 늦여름까지 이어지는 더위는 한반도가 겪고 있는 가장 대표적인 기후변화 현상이다. 가장 뜨거웠던 해로 기록된 2024년의 경우, 7월 전북 군산에는 시간당 131.7㎜에 달하는 폭우가 쏟아졌고 수도권에는 이틀 동안 600㎜가 내렸다. 9월에는 추석이 코앞인데도 서울에 역사상 처음으로 폭염경보가 내려지는 등 늦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9월 말인데도 전남 진도에 시간당 112.2㎜ 등 남부지방에 극한호우가 내려 1500명이 넘는 이재민이 발생하기도 했다.
서로 다른 공기가 만나 형성되는 ‘전선’은 비구름대를 만들고 더위를 끌어올리는 구실을 하는데, 우리나라 여름 기후에 영향을 주는 전선이 실제로 과거보다 북쪽으로 이동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예전이라면 늦여름 제주도 남쪽 해상 정도에 머물렀던 전선이, 최근엔 한반도 남부까지 북상해 폭우와 폭염을 만들고 있단 것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기후센터(APCC) 공동 연구진은 최근 관련 연구 결과를 네이처 파트너 저널(npj) ‘기후 및 대기과학’(Climate and Atmospheric Science)에 논문으로 발표했다. 연구진은 1979∼2025년 동아시아 여름 기후에 핵심적인 영향을 주는 ‘동아시아 여름 전선’(EASF)이 어떻게 움직였는지를 6시간 간격으로 정밀하게 분석했다. 동아시아 여름 전선은 대체로 북위 30∼40도 사이에 위치하며, 6∼8월까지 북쪽으로 이동하다가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9월이면 남쪽으로 후퇴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장마 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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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연구 결과 과거 20년(1979∼1998)에 견줘 최근 20년(2006∼2025년) 동안 전선은 6월 위도 0.26도, 7월 위도 0.55도, 8월 0.85도, 9월 1.72도 북쪽으로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장마 절정기(6월25일∼7월15일)에는 위도 1.32도, 늦여름(9월10∼30일)에는 위도 1.92도 북상했다. 거리로 따면 각각 146㎞, 213㎞에 달하며, 늦여름 이동 거리는 무려 서울에서 대구 사이의 직선거리에 해당한다. 집중호우를 만들어내는 ‘통로’ 구실을 하는 전선의 북상은 최근 장마철과 늦여름에 폭우가 강하고 잦아진 원인을 설명해준다. 서로 다른 성질의 두 공기가 만나면 남쪽의 뜨겁고 습한 공기를 끌어당기고, 이에 따라 공기가 위로 강하게 솟구치며 거대한 비구름이 만들어진다.
남쪽의 덥고 습한 공기를 끌어오기 때문에 전선은 강수에 영향을 줄 뿐 아니라 기온, 특히 지역 전반의 열 스트레스를 만드는 ‘체감 더위 지표’(WBGT·습구흑구온도)를 높이는 구실도 한다. 집중호우뿐 아니라 장마철 폭염 및 늦여름 더위에도 영향을 주는 것이다. 연구진이 기상청 종관기상관측자료(ASOS)를 이용해 전선 위치와 우리나라 강수·기온과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 전선이 북쪽에 위치할수록 중부지방은 강수의 강도가 강화되고 남부·동해안은 기온이 상승하는 경향이 확인됐다. 특히 늦여름에는 체감 더위 지표가 0.4도 이상 오르는 등 더위가 강화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늦여름 전선이 북쪽에 위치한 해는, 남쪽에 머문 해에 견줘 평년 수준 이상의 강수와 더위가 함께 나타나는 날이 3∼9배 많이 나타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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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이러한 전선의 북상은 “수증기 수송의 증가, 상층제트 기류의 지역적 약화, 수십년 동안 심화되고 공간적으로도 확대된 국지적인 해수면 온도 상승과 연관되어 있다”고 분석했다. 장마철과 늦여름을 구분해, “장마철에는 중국 양쯔강 하구에서 일본 남쪽 해상에 이르는 동아시아 주변 해역의 높은 해수면 온도와 강화된 수증기 수송이, 늦여름에는 한반도 주변에서 일본 동쪽에 이르는 해역의 높은 해수면 온도, 고기압성 순환 강화, 상층제트 약화 및 수증기 수송 증가가” 전선의 북상과 연관됐을 가능성을 짚기도 했다. 이번 논문이 직접적인 인과 관계까지 분석하진 않았지만, 해양 온난화, 상층제트 기류의 약화 등의 현상들은 인위적인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지구 온난화(기후변화)가 그 원인으로 지목된다.

논문 주저자인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기후센터의 문수연 박사는 “최근 9월에도 이례적인 늦더위와 호우가 빈번해지는 원인을 대기 중 전선의 위치 변화를 통해 규명했다는 데 이번 연구의 의미가 있다”며 “기후변화로 여름철 재해가 늦게까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대응 체계와 폭염과 집중호우를 함께 대비하는 통합 방재 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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