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고도근시, 실명 고위험군…“학교·의료계·정부가 유기적으로 대응해야” [건강한겨레]
성인 된 뒤 망막박리 위험 매우 높아져
의료비 부담, 생산성 손실도 큰 부담
대만·중국은 학교에서 ‘야외활동 보장’
“우리나라, 초등 전 학년 안과 검사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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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시는 흔하지만 위험한 질환이다. 특히 어린 나이에 시작될수록 성인이 되면 고도근시 환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망막질환과 녹내장 등 실명 질환 고위험군으로 크는 셈이다. 이 때문에 소아·청소년 근시를 단순한 시력 교정 문제가 아닌 평생의 눈 건강 문제로 보고, 국가 차원의 예방·관리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2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김윤 의원(더불어민주당)과 백종헌 의원(국민의힘) 주최로 열린 ‘근시 진행 억제 정책 토론회’에서도 국가적 차원의 적극적 개입을 촉구하는 전문가 목소리가 이어졌다. 젊은 세대의 높은 근시 유병률이 향후 시각장애와 의료비 부담, 생산성 손실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개인과 가정의 노력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학교에서 근시 예방 활동을 강화하고 매년 시력검사로 위험군을 찾아 안과 진료로 연결하는 한편, 성인기에 나타날 수 있는 망막·시신경 합병증까지 장기적으로 추적·관리하자는 것이다.
토론회를 주관한 대한안과학회의 김찬윤 이사장은 “국내 소아·청소년 근시 유병률이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임에도 예방책은 여전히 개인적 책임에 머물고 있다”며 학교보건 및 생활 관련 규정 등 사회 전체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공동 주관한 한국실명예방재단의 차흥원 이사장 역시 “안경을 써서 시력만 교정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실제 대책을 세워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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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에서는 한국의 근시 발병 현황과 미래 전망에 대한 발표가 이어졌다. 최미영 한국사시소아안과학회장은 전국 12~19살 청소년의 근시 유병률이 80%에 육박한다는 조사 결과를 소개했다. 이어 서울 지역 19살 남성 약 52만 명의 2013~2022년 자료를 토대로 한 연구에서는 2050년 이 집단의 근시 유병률이 90.9%, 고도근시는 31.3%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이는 특정 지역·연령·성별 자료에 기반한 전망으로, 전체 국민의 유병률이나 실명률을 뜻하지는 않는다.
최 회장은 이어 국외의 국가 주도 예방 정책을 소개하며, 근시 예방이 이미 국가적 차원의 공중보건 의제로 부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싱가포르는 2001년부터 교육부와 안과 전문가가 참여하는 국가 프로그램을 운영했고, 대만은 하루 120분 야외활동을 목표로 체육·점심 시간과 쉬는 시간을 활용했다. 중국도 야외활동을 확대하고 근거리 작업과 디지털 기기 사용 제한 등을 추진했다. 최 회장은 근시 예방을 개인이나 가정에만 맡겨서는 효과를 거두기 힘들다며 “한국도 야외활동을 적극 권장하는 한편 근시 예방과 진행 억제를 위한 전반적인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더불어 정책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만큼 장기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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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식 한국근시학회 정책이사는 고도근시의 질병 부담과 사회·경제적 손실을 짚었다. 근시가 어릴 때 시작될수록 진행 기간이 길어지고, 눈의 앞뒤 길이인 ‘안축장’이 길어지면서 합병증 위험도 커진다. 발표에서 소개한 연구에 따르면 고도근시에서 망막박리 위험은 근시가 없는 사람보다 12.6배, 녹내장 위험은 4.6배 높았다. 망막박리는 눈 안쪽 망막이 떨어지는 질환으로 시력을 잃을 수 있다.
최 이사는 근시 관련 합병증이 경제활동이 활발한 연령대에도 발생해 치료비뿐 아니라 생산성 손실을 가져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프랑스 연구를 소개하며 근시 진행 억제 치료가 일반적인 안경 교정만 하는 경우보다 평생 동안의 비용이 더 낮다는 점을 지적했다. 최 이사는 이어 국내에는 치료와 합병증 진료, 굴절교정수술 비용, 생산성 손실을 종합한 국가 단위 통계가 없다며 “이러한 통계의 공백 자체가 국가 감시 체계 구축이 필요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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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대책 마련을 위해서는 학교·의료기관·국가의 역할을 연결하는 관리체계가 필요하다는 제안이 나왔다. 안지윤 대한안과학회 부총무이사는 학교는 예방과 선별, 안과는 진단·치료와 효과·안전성 평가를 맡고, 국가는 정보를 장기적으로 축적하는 방식을 언급했다. 초등학교의 경우 모든 학년에서 최소 연 1회 시력을 확인하고 결과를 누적해, 근시가 일찍 시작됐거나 변화가 빠른 학생을 안과로 연결하자는 것이다. 학교에서 정밀검사를 하자는 것이 아니라 위험군을 선별해 진료로 잇자는 취지다.
학회가 제시한 네 가지 전략은 학교 야외활동과 눈 건강 교육, 매년 학교 시력검사와 안과 진료 연계, 근시 진행 억제 치료의 효과·안전성 관리, 국가 통계 구축과 성인기 합병증 관리다. 안 부총무이사는 라식·라섹으로 안경을 벗더라도 길어진 안구 구조가 원래대로 돌아오지는 않는다며 “소아 근시 관리와 성인 실명 예방은 서로 다른 정책이 아니라 하나의 연속된 정책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도 학교를 예방과 조기 발견의 거점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윤은숙 건강한겨레 부편집장은 “대한민국 학생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 학교”라며 “학교를 강력한 아동·청소년 공공보건 플랫폼으로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제안했다.
박진구 대한안과의사회 총무이사와 신선영 한국사시소아안과학회 근시총괄이사는 학교에서 정확한 검사가 이뤄지도록 통일된 시력검사 매뉴얼을 보급하고 정밀검사·진료로 연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이사는 하루 2시간 야외활동, 모니터와 30㎝ 거리 두기, 40분마다 휴식하기를 골자로 한 ‘2-3-4’ 수칙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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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철 대한검안학회장은 일부 안경원에서 진행하는 ‘근시 진행 억제 치료’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근시 억제 치료’는 의료적 판단이 필요하므로 안경원에서 진행하는 것은 부적절한 치료라는 것이다. 이렇게 부적절한 치료가 이뤄지면 다른 안질환의 초기 진단을 놓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환자와 보호자에게 명확한 치료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도 했다. 김성수 한국근시학회장은 소아기에 진료받아도 성인기까지 관리가 이어지지 못하는 환자가 많다며 평생 관리체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부는 교육부와의 협력과 의학적 근거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은정 보건복지부 건강증진과장은 “학생 건강검진 전략은 교육부의 협조가 필요한 사안”이라면서도 “시력검사가 연 1회로 바뀌려면 초등학생의 시력을 매년 관찰해야 할 정도로 변화가 빠르다는 근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치가 영구치로 바뀌는 성장기에는 변화가 잦아 구강검진을 매년 시행하듯이 시력검사 역시 연례 검사의 필요성을 뒷받침할 근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전 과장은 “대한안과학회에서 별도의 인프라 구축 소요가 적은 일반 수준의 시력검사를 제안한 만큼 수용성 측면에서 본다면 가능성이 있는 제안”이라고 말했다.
국회에서도 지원 필요성이 제기됐다. 김윤 의원은 건강보험 적용 등 소아 근시 관리체계가 충분하지 않다며 국정감사에서 정부의 체계적인 대책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복지부와 교육부의 원활한 협업을 위해 필요한 논의를 이어갈 것”이라며 “필요하다면 신규 법안을 발의하거나 기존 법안이 근시 관리 영역을 다룰 수 있도록 정책 심의 과정에서 정부와 적극적으로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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