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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rsday, October 1, 2026

11월 선거 급한 트럼프 “한국 알래스카 투자”…미 기업은 사업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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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래스카에 설치된 ‘트랜스 알래스카 송유관’ 모습. TAPS 홈페이지
알래스카에 설치된 ‘트랜스 알래스카 송유관’ 모습. TAPS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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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래스카 최북단 노스슬로프는 영구 동토층으로 덮힌 툰드라 지대다. 1968년 엄청난 규모의 석유와 천연가스 매장이 확인되면서, 1974년 4월∼1977년 6월 알래스카 남쪽 항만 도시 발데즈까지 내륙을 관통하는 길이 1287㎞ ‘트랜스 알래스카 송유관’이 건설됐다. 건설 당시 80억달러가 들어간 세계 최대 규모 민간자금 건설 프로젝트였다. 송유관은 영하 62도까지 내려가는 지역을 통과한다. 지반 침하에 대비하기 위해 전체 구간의 절반 이상을 7만8000개의 수직 지지대로 공중에 떠받쳐 건설했고, 지진 및 극심한 온도 변화에 의한 파이프 손상(팽창·수축)을 막기 위해 일직선이 아닌 지그재그 형태로 지었다. 직경 48인치(1.22m) 파이프라인을 통해 올해 1∼8월 1억1143만2603배럴의 석유를 운송했다.

알래스카 관통하는 직경 1m짜리 가스관 1300㎞ 건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 새벽(미 현지시각 30일 오후) 한국의 대미 투자 대상으로 ‘못박기’에 나선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 역시 노스슬로프산 가스를 생산→운송→액화→수출하는 전 과정을 아우른다. 노스슬로프 유전 지대인 프루도베이의 가스처리공장에서 생산한 천연가스를 남쪽 항만 도시 니키스키까지 1300㎞ 길이 파이프라인으로 운송하고, 이를 LNG 수출터미널에서 액화해 한국 등 동아시아로 보내게 된다. 생산 규모는 연간 2000만톤이다. 건설 구간은 트랜스 알래스카 송유관과 절반 정도 겹친다. 그간 알래스카주는 직경 42인치(1.07m) 고압 가스관 대부분을 지상이 아닌 지하에 매설하는 계획을 추진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 발표 뒤 산업부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2029년까지 푸르도베이에서 남부 앵커리지까지 가스관을 건설해 연간 230만톤 규모 가스를 현지에 공급한다. 이어 2031년까지 앵커리지 근처 니키시키에 액화플랜트 등 LNG터미널을 건설해 2032년부터 수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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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우리 정부는 지난 22일 국회에 ‘프로젝트 노스(North)’라고 이름 붙인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를 미국과 검토하고 있다고 보고한 바 있다. 정부는 “상업적 합리성 요건과 국내법상 조건이 충족되는 경우 알래스카 프로젝트 추진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며 일단은 유보적 입장을 취하고 있는데, 경제적 이익이 걸린 사안에는 거짓말도 서슴지 않으며 거래 주도권을 쥐려하는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공격적 화법이 이번에도 “한국이 투자하기로 했다”는 일방적 발표로 이어진 셈이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대한 한국 투자액이 “500억달러(한화 68조)를 넘는다”고 했다.

미국내 정치적 목적이 크다. 알래스카는 전통적으로 공화당 지지세가 강한 지역이다. 오는 11월3일 미 중간선거를 앞두고 공화당 현역 상원의원이 민주당 후보와 접전 양상을 보이자,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지원을 위해 확정되지 않은 경제적 성과를 포장해 서둘러 발표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여러 차례 한국과 일본이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돈을 대기로 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날 백악관 발표 자리에는 알래스카를 지역구로 둔 댄 설리번 상원의원(공화당), 닉 베기치 하원의원(공화당), 마이크 던리비 알래스카 주지사(공화당)가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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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크 크다’ 부정 평가에서 입장 바뀐 정부

미국의 일방 발표 배경에는 우리 정부와 어느 정도 협의가 이뤄졌던 탓도 있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아직 상업적 합리성 검토 단계여서 한미전략투자특별법에 따른 국회 보고 대상이 아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프로젝트 노스’라는 사업명까지 정하고, 미국과 진행해 온 구체적 수준의 협의 내용을 국회에 보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강력하게 요구해 온 사업에 한국이 참여할 수 있다는 신호를 던진 셈이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지난 22일 대미 투자 계획과 관련한 사전브리핑을 하고 있다. 산업통상부 제공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지난 22일 대미 투자 계획과 관련한 사전브리핑을 하고 있다. 산업통상부 제공

특히 지난해 11월 국회 보고 때는 “하이 리스크 사업”이라며 부정적으로 평가했던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 22일 언론 대상 사전브리핑에서는 “상업적 합리성이 없으면 하지 않는다”면서도, 미국 정부가 △한국산 철강 등 프로젝트 관련 기자재 관세 인하 혜택 △장기 LNG 구매계약 보장 △알래스카산 LNG에 대한 한국의 우선 접근 등을 약속했다고 밝히며 긍정적 검토 가능성을 내비쳤다. 김 장관은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가 추진되더라도 대미 투자 금액은 어떠한 경우에도 당초 미국과 합의한 2000억달러(연 200억달러 한도)를 초과하지 않는다. 이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추진되면 LNG 수급 다변화를 통한 에너지 안보 강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투자 안전판과 자원안보 효과를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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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NG 공급선 다변화 등 전략적 의미도

알래스카는 텍사스에 이어 미 국내 천연가스 매장량 2위 지역이다. 혹독한 기후와 지형 탓에 텍사스보다 투자·운영 비용이 높지만, 태평양을 향하고 있어 한국·일본 등 주요 수입국까지 운송기간이 9일 정도에 불과하다는 장점이 있다. 대서양 쪽 수출터미널을 통할 때 운송기간은 20일 이상 걸린다.

사업성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정부 안팎에서 추산한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사업비는 440억달러(전처리 설비 구축 100억달러, 가스관 건설 140억달러, 액화플랜트 구축 200억달러) 정도였다. 1년여 만에 사업비가 ‘500억달러 이상’(미국 발표)으로 증가했다. 로이터 통신은 전체 사업비를 445억∼545억 달러(한화 60조∼74조원)로 추산했다. 날씨 문제 등으로 인한 공사 지연, 대규모 화석연료 개발과 파이프라인 건설에 따른 환경 이슈도 불가피하다. 앞서 2016년 엑손모빌,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 등 글로벌 에너지기업도 사업성 부족을 이유로 철수한 바 있다.

다만 당시에는 미국 셰일혁명으로 인한 가스 가격 폭락 등도 사업 철회의 한 배경이었다. 지금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등에 대응하기 위한 LNG 장기 물량 확보, 중동의 지정학적 위험 구조화에 따른 공급선 다변화 필요성을 사업성 못지 않게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장관은 사전브리핑에서 “한국의 가스 수급은 특정 해상 수송로 의존도가 크다. 호르무즈해협뿐 아니라 말라카해협, 대만해협에서 문제가 생길 경우 대비할 필요가 있다. 미국 서해안, 캐나다, 알래스카 쪽 공급선을 검토하는 것은 LNG 수급 다변화와 에너지 안보 등 전략적 의미가 있다”고 했다.

미 민간기업이 이미 사업 추진…한국 참여 어떻게?

정부는 “미국 쪽이 한국 기자재·공급업체에 대해 우호적인 참여 여건을 조성하기로 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 참여 범위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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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미 에너지 개발 기업 글렌판그룹이 주도하고 있다. 알래스카주 산하 알래스카 가스라인 개발공사로부터 지난해 사업 지분 75%를 인수했다. 알래스카 주정부가 나머지 지분 25%를 갖고 있다. 산업통상부는 이날 새벽 미국 발표 뒤 글렌판그룹이 참여할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지만,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 발표 행사에는 브렌던 듀발 글렌판그룹 최고경영자가 참석했다. 그는 “파이프라인 건설에 3년이 걸리며, 자금 조달이 이뤄지는 즉시 착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글렌판그룹은 올해 1월 이미 20개 업체가 참여한 입찰을 통해 파이프라인 건설 및 공급 관련 조건부 계약을 체결했다는 보도자료를 내기도 했다. 대부분 알래스카·텍사스·위스콘신 등에 본사를 둔 미국 기업이거나 그리스·독일 등 유럽 기업이다. ‘한국업체 참여’라는 한미 양국의 합의가 기존에 민간기업이 추진해 온 사업 내용과 충돌하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글렌판그룹은 1월 보도자료에서 “포스코 인터내셔널이 파이프라인 제작에 필요한 철강 일부를 공급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국내 에너지 강관 제작기업인 세아제강도 관심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포스코 관계자는 “세아제강이나 외국 강관 기업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면 철강을 공급할 가능성은 있지만 참여 여부는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고 했다. 가스관 외에 액화플랜트 건설, LNG 운반선 수주에 한국 업체가 참여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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