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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October 17, 2026

[끊는 사람들]⑬ 그 회복 공동체는 왜 사이비 집단이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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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는 사람들]은 기자가 오랜 기간 지켜봐 온 마약류 중독 당사자들이 약물을 끊으려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담아내는 연재입니다.

중독 당사자의 회복은 아직도 쉽지 않습니다. 약물 중독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기란 너무도 어렵습니다. 도움을 받으면 끊을 수 있지만 여전히 지원이 부족합니다. 중독 당사자들이 공적 도움을 받으려면 여론이 있어야 합니다. ‘왜 약쟁이에게 세금을 써야 하느냐’는 힐난이 아니라, 이들을 돕지 않으면 앞으로 우리 사회가 더 큰 어려움에 빠진다는 현실 인식이 필요합니다. [끊는 사람들] 연재를 보시는 분들을 감히 설득하고자 합니다.

중독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처방약에 의한 중독 문제, 중독 당사자 가족들의 공동의존 문제, 여성 중독 당사자들이 겪는 막막한 현실 등의 문제를 전합니다. 나아가 우리 사회 회복 시스템의 문제를 말합니다. 연재를 보시는 분들이 중독 당사자들의 이야기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⑫편에서 이어짐)

[지난 이야기] 마약류 중독자 재활시설 경기도 다르크(DARC)는 회복계 유명인사가 이끌었다. 그는 2024년 3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파란만장한 회복 스토리를 자랑하던 그는 다르크 운영에 처참하게 실패했다. 인천 다르크 센터장도 회복계 셀럽이다. 그는 자신이 상담하던 여성 중독 당사자들 여러 명과 부적절한 성관계를 맺었다. 두 사람을 리더로 세운 건 회복계의 원로처럼 대접받는 인물이다. 그는 두 센터장의 문제를 그저 덮고자 했다. 우리나라 ‘회복판’의 아픈 현실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모니카에서 약물 중독 재활 공동체 시나논(Synanon)을 이끌었던 창립자 척 데더릭(Chuck Dederich)의 모습.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모니카에서 약물 중독 재활 공동체 시나논(Synanon)을 이끌었던 창립자 척 데더릭(Chuck Dederich)의 모습.

척 데더릭(Chuck Dederich)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약물 중독 재활 공동체를 대성공시킨 인물이다. 그가 1958년 세운 작은 공동체는 1960년대 들어 시나논(Synanon)이라는 이름으로 부흥했다. 캘리포니아 산타모니카 바닷가에 자리잡은 이 공동체를 미국 언론은 ‘해변의 기적’으로 불렀다. 시나논은 중독 당사자들이 공동체에서 함께 생활하며 회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의 증명이었다.

시나논을 이끌었던 데더릭은 그 자신도 알코올 중독자였다. 익명의 알코올중독자(Alcoholics Anonymous·AA) 모임에서 회복을 경험했다. 익명의 약물중독자(Narcotics Anonymous·NA) 모임의 원형이 AA 모임이다. 공동체의 잠재력을 본 데더릭은 새로운 집단을 만들어서 중독자들을 회복시키고자 했다.

시나논은 거주형 공동체였다. 중독 당사자들이 함께 살면서 서로의 회복을 돕게 했다. 시설 안에서는 술도, 불법 약물도 절대 사용할 수 없었다. 격 없이 소통하는 것은 회복의 필수조건이었다. 내 흠은 진솔하게 털어놓고, 타인의 말도 허물 없이 받아들이는 것. 기자가 만난 중독 당사자들도 진정한 회복을 위해서는 자신의 삶이 어떻게 망가져 있었는지를 외면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었다. 비폭력도 중요한 원칙이었다. 성공적인 시나논 모델은 미국 다른 지역으로도 확장했다. 후원금과 기부금이 쏟아졌다.

안타깝게도 시나논은 변질됐다. 카리스마로 공동체를 이끌었던 데더릭은 왕처럼 군림하기 시작했다. 그의 말을 거스를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중독을 끊어냈고, 회복 공동체를 성공시키고, 중독자 여럿을 살린 지도자의 권위는 강력했다. 조직은 점차 컬트화됐다. 잘못을 저지른 구성원은 삭발을 해야 했다. 공동체의 규칙이 개인의 결혼이나 출산에 관여했다. 불임수술이나 삭발이 강요되는 일도 있었다. 규칙을 거부하면 집단 따돌림을 당했다.

데더릭은 급기야 시나논을 종교로 선포하기에 이른다. 외부 비판을 극렬하게 배척하는 것이 살인 모의까지 이어졌다. 시나논에서 신체적·정신적 학대를 당하고 퇴소한 피해자들을 대리하는 변호사가 살인 모의 대상이었다. 변호사는 집 우편함에 손을 넣었다가 안에 들어있던 방울뱀에게 물려 죽을 뻔했다. 수사 결과 데더릭이 보복을 선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데더릭은 살인을 모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한 회복 공동체의 성공 신화는 이렇게 막을 내렸다.

시나논과 데더릭. 기시감이 들었다. 경기도 다르크(DARC·마약류 중독자 재활시설) 임모 센터장(⑫편 참조)과 데더릭은 닮아 있었다. “카리스마 있는 리더”라는 게 어디서나 임 센터장을 설명하는 표현이었다. 40년을 사용한 약물과 결별한 그는 추앙의 대상이었다. 경기도 다르크에서는 임 센터장의 말이 법이었다. 입소자들은 그의 센터 운영에 의문을 제기할 생각을 쉽게 하지 못했다.

경기도 다르크 사태 이전부터 이미 그는 아슬아슬했다. 2009년에도 재활 공동체를 운영하다가 탈이 난 적이 있었다.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송천쉼터에서 운영팀장으로 일하던 중 약을 한 것이다. 임 센터장은 이 일로 구속돼 다시 수감생활을 했다. 당시 이 일은 이렇게 보도됐다. ‘임씨는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에서 활동하다가 마약중독치료자 모임(NA)을 주도하며 대통령상을 받기도 한 인물이다. 검찰 관계자는 그가 상습적으로 마약에 손을 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러스트 | 김상민 기자   yellow@kyunghyang.com

일러스트 | 김상민 기자 yellow@kyunghyang.com

경기도 다르크에 입소해 있던 한 남성 중독 당사자는 ‘나갈 거면 나가라’는 센터장의 말이 가장 아팠다고 했다. “너희 아니어도 들어올 사람들 많다, 오늘도 한 명 상담 왔다, 너 한 명 나가는 건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다… 이런 말들이 많았어요. 어쩌다 대드는 사람한테는 X신, 꼴값 떨고 있네, 이런 욕도 많이 했고요. 나는 중독자를 회복으로 이끌어주는 사람이다, 너희들이 감사해야 할 사람은 나다… 이런 말도 입버릇처럼 했었어요.”

‘너희 아니어도 들어올 사람들 많다.’ 돌아보니 이 말이 답이었구나 싶었다.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늘 있었다. 경기도 다르크를 한창 드나들던 2023년 여름이었다. 한두 달 걸러 한 번씩 다르크를 찾을 때마다 입소자들 얼굴이 여럿 바뀌어 있었다. 마약 중독 문제를 취재한 지 반년 남짓인 때였다.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훨씬 많았지만 그래도 중독이 한두 달 만에 끊어질 일이 아니라는 정도는 알았다. 퇴소자는 여러 가지 사정으로 발생했지만 센터 운영 방식을 받아들이지 못해 떠난 사람들이 분명 계속해서 나오고 있었다. 당시 센터에 갓 들어온 한 입소자는 “센터장님이 성격이 좀 강하시지만, 그게 저한테는 필요한 것 같다. 회복이 목적이라면 이분의 말씀이 무조건 맞다”고 말하며 눈을 빛냈었다. 세 달 뒤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중독자들이 재활 공동체의 파이프라인인 것이 현실이었다. 중독자들은 얼마든지 새로 들일 수 있으니까. 입소자들이 시설에 불만을 가져도 큰 문제 아니다. 그건 당사자의 어려움일 뿐이다. 재활 공동체는 비즈니스 모델이기도 하다. 중독자들은 계속해서 나온다. 사업의 원천이 마르지 않는다. 어떤 센터장은 입소자에게 아예 “함께 이 사업을 하자”고 말하기도 했다. 재판을 위한 양형자료나 탄원서도 이 비즈니스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일종이다. 투약자를 법적으로 처벌하다는 패러다임이 여전하기에, 피고인이 된 중독 당사자들은 선처받기 위해 어디든 붙잡는다. 경기도 다르크는 탄원서를 돈 받고 내줬다. 탄원서 작성은 센터장이 아닌, 글 좀 쓰는 입소자들이 맡았다.

시나논과 데더릭은 과거에만 있지 않다. 회복 생태계가 새 판으로 짜이지 않는다면 미래에도 시나논과 데더릭의 모습은 다시 나타날 것이다. 중독 회복 서사를 가진 유명인이 스포트라이트에 서고, 추앙을 받으며, 중독자를 살리는 사람이라는 권위 속에 서게 된다면 말이다. 그리고 그들의 말이 곧 법이 되는 1인 천하의 회복 공동체가 존속한다면 말이다. 오랜 시간 군림한 회복계 셀럽들이 계속해서 전면에 서 있는 한 우리 사회 회복 생태계가 저절로 좋아질 일은 없을 것이다.

아직 크게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이미 다른 공동체에서도 아슬아슬한 장면들이 포착된다. 중독자였다가 회복한 이가 이끄는 곳이다. 공동체 대표는 여성들에게만 늦은 밤시간 연락해 함께 드라이브를 가자고 하거나, 화장품·꽃·케이크 같은 선물을 안겼다. 다 회복을 돕는 일인데 왜 비판을 하느냐는 힐난 앞에 더 문제를 제기할 사람은 없었다. 여성 당사자가 불편을 느낀다는 사실, 사회적으로 부적절하게 보이는 일이라는 사실은 힘을 쓰지 못했다. 이 리더만 빼고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데도.

공공 시스템에 편입된 방식이 아니다 보니 금전 문제에도 늘 취약하다. 후원금·기부금 기반 운영 구조가 지속되면, 권한을 독점한 리더는 유혹 앞에 굴복할 수밖에 없다. 기금을 사적으로 받고 쓴다는 불만은 지금까지 취재한 모든 공동체에 있었다.

(⑭편에서 계속)

[끊는 사람들] 연재는 https://www.khan.co.kr/series/articles/as432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아래 QR코드로도 접속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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