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에서 닭으로, 석쇠에서 철판으로…춘천 닭갈비의 변신은 현재 진행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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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모임’의 사전적 정의는 ‘목돈을 만들기 위해 조직된 협동 집단의 모임’이다. 하지만 닭갈비의 고장 춘천에서는 ‘닭요리를 먹는 모임’으로 해석될지도 모른다. 춘천에선 언제부터 닭갈비를 즐겨 먹었을까?
춘천시 연구용역 보고서 ‘춘천닭갈비, 그 정체성과 산업화’를 보면, 춘천 닭갈비의 역사는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돼지고기나 소고기보다 쌌던 닭고기를 잘 손질해 연탄 드럼통 위 석쇠에 구워 낸 양념 닭 요리가 시초다. 유래는 여러 가지다. 본래 강원도 홍천 사람들이 닭갈비를 먹었는데, 그 닭을 구한 곳이 춘천이었다는 것. 춘천 양계장 사람들이 쉬운 조리법을 보고 ‘우리도 해보자’고 했다는 설이다. 한편, 전라도에서 온 노인이 만들었다는 얘기도 있다. 2010년 당시 사단법인 춘천닭갈비협회 사무국장이었던 우중동씨는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1960년대 춘천에선 돼지갈비가 유행했는데, 돼지가 비싸지자 돼지갈비 양념을 묻힌 닭갈비가 등장했다’고 했다. 확실한 사실은 처음 만든 이가 김영석(작고)씨 부부라는 점이다. 2011년 강원도민일보 보도를 보면, 전남 담양에서 춘천으로 이주해 돼지갈비 장사를 하던 김씨는 돼지 값이 오르자 생닭을 포 떠서 고추장 양념해 숯불에 구워 팔았다고 한다. 그가 1961년 문 연 ‘원조숯불닭불고기’가 원조 노포다. 지금은 김씨 집안 사람이 아닌, 가게에서 일했던 이들이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1970년대엔 석쇠가 철판으로 바뀐다. 채소 등이 추가되어 푸짐해진다. 지갑이 얇은, 휴가 나온 군인과 춘천 대학생들 사이에서 인기 메뉴가 된다. 종강·개강 파티 장소가 중국집에서 닭갈빗집으로 옮겨갔다. 그러자 너도나도 닭갈비 전문점에 뛰어들며 지금의 명성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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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번화가 조양동엔 ‘명동 닭갈비 골목’이 형성돼 있다. 춘천 신북읍 일대에도 닭갈비 거리가 생겼다. 1980~90년대 국도 46호선 이용자들이 늘면서다. ‘신북닭갈비거리’란 이름이 붙었다. 춘천나들목(IC)과 남춘천역, 춘천시외버스터미널 등 인근엔 ‘온의닭갈비거리’가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식진흥원이 추진 중인 ‘케이(K) 치킨 벨트’에 ‘교촌치킨거리’(구미), ‘수원 통닭거리’(수원), ‘제주 재래닭 구엄닭’(제주)과 함께 이름을 올릴 예정이다.
시대 변화는 음식 발전의 견인차 노릇을 한다. 고추장 양념도 가게마다 다른 색을 입기 시작했다. 닭갈비에 들어가는 다양한 채소 중 양배추가 단연 으뜸으로 왕좌를 차지했다. 1990년대 초 들어간 떡과 고구마는 여전히 강자다. 지금 닭갈비의 모습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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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농산물 기반 미식 경험을 만들고 싶어요.” 지난 9월10일 춘천 퇴계동에 있는 ‘감자 아일랜드 춘천’에서 만난 안홍준(31) 대표의 말이다. 그는 대학 선배 김규현씨와 2021년께 수제 맥주 스타트업 ‘감자 아일랜드 춘천’을 창업했다. 재학 중 수강한 창업 강의가 계기가 됐다. 둘은 과제 주제를 강원도 대표 식재료인 ‘감자 활용’으로 했다. 팀명은 ‘감자 아일랜드’. 안씨는 “재미로 지은 이름인데, 의미를 담긴 했다”며 “강원도를 감자에 빗댔는데 마치 섬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작명 이유를 말했다. “생산되는 감자 중 30%는 모양이 떨어져서 버려지는데다 가공 비율도 낮다”며 “가치 실현 못 하고 버려지는 감자를 살려보자는 취지로 한 일”이라고 했다.
안씨와 김씨는 강원도에서 나고 자랐다. 강원도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이들은 양조법을 공부하며 감자를 부재료로 한 ‘감자맥주’ 등을 탄생시켰다. 이 맥주가 주목받으면서 농업 스타트업 대표가 됐다. 이들이 내놓은 각종 ‘재미’들, 이를테면 ‘감자를 활용한 게임’ ‘감자 화폐’ 등이 또래들에게 합격점을 받았다. 서울 유명 백화점과 성수동 일대에서 연 팝업스토어는 큰 성공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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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주목한 ‘지역 농산물’은 감자였지만, 이제 ‘미식의 경험’ 확장이란 목표에 ‘춘천 닭갈비’가 추가됐다. 닭갈비와 어울리는 맥주 ‘닭갈비어’와 ‘닭갈비피자’ 등을 잇따라 내놓았다. 다른 데선 맛볼 수 없는 맥주도 한둘이 아니다. ‘옥수수 맥주’ ‘당근 맥주’ ‘단팥 맥주’ ‘방울토마토 맥주’ ‘오이 맥주’ 등은 호기심을 부른다. ‘닭갈비어’(330㎖)는 알코올 도수 4.7도인 맥주다. 적당한 보디감에 상쾌한 맛이 장착됐다. ‘닭갈비피자’는 실제 매콤한 양념에 잘 버무린 닭갈비가 올라간다. 닭고기를 빵에 싸 먹는 맛이다. 어색할 거란 예상을 뒤엎는다. 재미가 있다. 재미가 식도락 세계에서 정답은 아니지만, 최소한 입문하게 하는 유인책은 된다. 재미는 건물과 실내에 비치한 아기자기한 굿즈 등에서도 발견된다. “본래 이 건물은 교회였어요. 처음엔 어려움이 있었죠. 교회 건물에서 왜 술을 파냐고 하시는 분들이 있었어요.”

‘감자 아일랜드 춘천’이 닭갈비의 혁명을 이뤘다면, ‘춘천애니닭갈비’는 소심한 변화를 꾀한 데다. 이 집은 본래 신정옥(76)씨가 운영하던 현암막국수였다. 신씨는 숯불닭갈비를 50년 넘게 만든 이다. 지금은 사위가 ‘춘천애니닭갈비’ 주인이다. 이 집 철판 닭갈비엔 기름이 들어가지 않는다. 춘천 닭갈빗집 대부분은 기름을 둘러 닭을 볶는다. 이 집에선 채소에서 나오는 수분만으로 익힌다. 주인은 “속이 편한 닭갈비를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춘천 닭갈비를 다른 관점에서 접근한 이도 있다. ‘맛’이 아니라 ‘건강’에 방점을 찍었다. 양조장 겸 예약 위주 한식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호수양조’의 최경자(57) 대표다. 그는 최근 출간된 ‘고조리서에서 찾은 주안상’(진소연, 김필화 등 5인 공저, 버튼북스) 등 여러 고문헌을 보며 연구에 몰입했다. ‘고조리서…’는 조선시대 15가지 고조리서를 바탕으로 우리 주안상 문화를 조명한 책이다.
지난 9월10일 최 대표는 양조 시연을 한 뒤 밥상을 차렸다. 가지찜, 밀전병, 문어숙회, 월과채를 재해석한 호박채소말이, 전, 오이선, 호박꽃만두 등 춘천에서 생산된 식재료로 만든 음식들 가운데에 닭갈비가 있었다. 덜 매운 맛에 고개가 갸우뚱해졌다. 그는 “춘천 닭갈비는 너무 맵고 자극적”이라며 안 그런 닭갈비를 선보이고 싶다고 했다. 그의 모든 음식이 담백했다. 순박한 맛의 진수를 보여줬다. 이렇게 슴슴하게 무치고 찌고 버무려서 치열한 외식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최 대표는 “음식은 자연에서 나오는 것”이라며 양념도, 간도 최소화해 음식 본연의 맛을 느끼게 해주자는 게 자신의 철학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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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대표처럼 양조장을 기반으로 춘천 미식 여행에 방점을 찍는 이가 또 있다. 지시울양조장의 유소영(58) 대표다. 그는 본래 차 전문가다. 그는 양조장 시음회를 정기적으로 진행한다. “‘화전일취’는 ‘꽃 앞에서 한번의 취함’을 뜻합니다.” 시음회 첫마디다. ‘화전일취’는 그가 만든 주류 브랜드다. 이날 그는 알록달록한 꽃잎을 올린 화전을 안주로 냈다. ‘화전일취’란 이름이 달린, 각기 도수가 다른 탁주, 약주, 증류주 등 6가지가 등장했다.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지정하는 ‘2025 찾아가는 양조장’에 선정됐다. 지역의 우수 양조장을 선정해 지역 관광과 연계시키는 사업이다. 지시울은 쌀과 물, 전통 방식으로 만든 누룩만을 사용해 술을 빚은 점이 좋은 점수를 받았다. “아이들 대학 다 보내고, 술을 좋아하시는 아버지께 제가 빚은 술을 선물로 드리고 싶었어요.” 술을 빚게 된 사연이다. 그는 2020년 양조장을 열었다.



올리브정과 등 그가 만든 우리 주전부리를 먹으며 시음회에 참석한 이들이 흥건한 재미를 나눴다. 여러 사람이 함께해 기쁨이 두배가 됐다. 춘천 닭갈비의 진짜 맛도 ‘모여 먹는’ 데 있다. 춘천에선 별난 ‘계모임’이 여기저기서 열린다.
춘천행 기차 타고 먹고 놀고
지시울양조장과 ‘감자 아일랜드 춘천’, 호수양조의 슴슴한 밥상, 변신한 춘천 닭갈비 등을 한번에 경험하는 길이 생겼다. 코레일관광네트웍스는 춘천시와 협업해 여행 상품 ‘2026 춘천 케이(K)-치킨 벨트’를 출시했다. 상품은 두가지.
‘춘천 하루 한상’은 당일치기 여행 상품이다. 5가지 코스 중 하나를 고르면 된다. 밥상(한식 다이닝과 지역 식재료를 맛보는 코스), 면상(막국수 등을 즐기는 코스), 술상(춘천 전통주와 닭갈비, 지역 관광을 결합한 코스), 놀상·가족(고구마 수확과 디저트 만들기 등 체험 코스), 놀상·연인·친구(제이드가든과 카페, 닭갈비 퓨전 요리를 연계한 데이트형 코스) 등이다. ‘2026 춘천막국수닭갈비축제’가 열리는 16일 하루만 진행한다. 아이티엑스(ITX)-청춘 특별열차가 운행된다.
다른 하나는 ‘춘천 하룻밤 한상’이다. 1박2일 체류형 상품으로, 오는 16~17일, 23~24일, 30~31일 세번 진행한다. 첫날엔 소양강 스카이워크, 지시울양조장을 둘러보고 춘천 식재료와 전통주를 결합한 밥상 등을 경험한다. 둘째 날엔 국립춘천숲체원, 춘천막국수체험박물관, ‘감자 아일랜드 춘천’ 등을 방문한다. 코레일관광네트웍스 여행몰(korailtravel.com)에서 검색어 ‘춘천’을 치고 들어가 예약하면 된다.
한편, 9월23일 코레일네트웍스와 코레일관광개발이 하나로 합쳐져 탄생한 코레일관광네트웍스는 통합 기념 할인 혜택을 준다. 자사 여행몰에서 기차여행 상품을 예약·구매한 고객이 코레일관광네트웍스가 운영하는 역사 주차장을 이용하면 주차 요금을 30% 할인해준다. 대상은 171개 철도 주차장. 관련 정보는 코레일네트웍스 주차 누리집(knpark.com)에서 확인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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