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집 있어도 노후는 걱정되네요”…대기업 맞벌이 부부의 은퇴 고민 [퇴직금 들고 나왔습니다]

대기업 부장으로 근무하는 52세 S씨도 그렇게 생각했다. 20년 넘게 한 직장에서 성실하게 일하며 서울 강남에 내 집을 마련했다.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자산도 쌓았다. 하지만 은퇴를 앞두고 가계 재정을 들여다보니 생각했던 것만큼 노후가 든든하지 않았다.
은퇴 시점은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55세인 배우자는 2026년 퇴직을 앞두고 있고, S씨도 2029년이면 정년퇴직한다. 문제는 부부의 월급이 끊길 날은 가까워지는데 앞으로 목돈을 쓸 일은 여전히 많다는 점이다.
두 자녀도 아직 경제적으로 완전히 독립하지 못했다. 대학을 졸업한 딸은 여러 차례 입사 지원과 면접을 거쳤지만 취업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최근에는 피부미용 관련 소규모 가게를 창업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2025년 하반기 군에 입대한 아들은 전역 후 대학을 졸업하면 해외 유학을 떠나고 싶어 한다.
자산 규모만 보면 S씨 부부는 상당한 여유가 있다. 2011년 7억~8억원대에 매입한 서울 서초구 잠원동 아파트는 2026년 5월 기준 시세가 크게 올라 가계 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2030~2032년 입주가 예상되는 지역주택조합 아파트에도 투자했다. 금 100돈과 예금, 개인형퇴직연금(IRP) 등 금융자산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자산의 상당 부분이 부동산에 묶여 있다는 점이 고민이다. 딸의 결혼과 창업, 아들의 유학, 새 아파트 추가 투자 비용, 대출 상환에 노후 생활비까지 비슷한 시기에 자금 수요가 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집 두 채가 오히려 부담? 은퇴 전 보유 전략부터 세워야
S씨 부부가 먼저 고민해야 할 문제는 부동산이다. 현재 거주하는 잠원동 아파트는 시가 약 27억원으로, 부부가 지분을 절반씩 나눠 가진 공동명의 주택이다. 여기에 수년 전 투자한 지역주택조합 아파트가 완공되면 새 아파트로 이사할 계획이다.
새집이 생긴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은퇴를 앞둔 가정에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두 아파트를 동시에 보유하면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부담이 커질 수 있다. 퇴직 후에는 건강보험료도 신경 써야 한다.
직장생활을 할 때는 건강보험료가 주로 월급을 기준으로 부과된다. 반면 퇴직 후 지역가입자로 전환되면 소득뿐 아니라 재산도 보험료 산정에 반영된다. 월급은 줄거나 끊겼는데 고가 주택 두 채에 따른 세금과 건강보험료가 늘어난다면 노후 살림살이는 빠듯해질 수밖에 없다.
이때 알아둘 제도가 건강보험 임의계속가입제도다.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퇴직 후 최대 36개월 동안 직장가입자 때와 비슷한 수준으로 건강보험료를 낼 수 있다. 2026년 먼저 퇴직하는 배우자는 지역가입자 보험료와 임의계속가입 보험료를 비교해 유리한 쪽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 S씨도 2029년 퇴직할 때 같은 점검이 필요하다.
주택 명의도 따져봐야 한다. 현재 잠원동 아파트는 부부 공동명의다. 한 사람 명의로 보유하면 세금이 한쪽으로 몰릴 수 있지만, 공동명의는 세 부담을 분산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기존 공동명의를 유지하는 편이 낫다는 분석이다.
다만 새 아파트는 별도로 검토해야 한다. S씨 단독명의로 할지, 배우자 명의로 할지, 공동명의로 할지에 따라 취득세와 보유세, 양도소득세, 건강보험료 부담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세금을 줄이려고 자녀에게 주택 지분을 증여하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증여세가 발생할 수 있고, 자녀가 주택 보유자로 분류되면서 향후 청약이나 대출, 신규 주택 취득 등에 불리해질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결국 핵심은 두 채를 언제까지 보유할 것인지다. 새 아파트 입주 시점이 가까워지기 전에 잠원동 아파트를 매각할지, 임대할지부터 결정해야 한다.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세금과 건강보험료는 물론 은퇴 후 생활비를 마련하는 방법까지 달라진다.
27억원 아파트 월세로 돌리면 노후 생활비 해결될까
잠원동 아파트를 계속 보유한다면 전세와 월세, 반전세 중 어떤 방식이 유리할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2026년 5월 기준 전용면적 84㎡의 전세 매물은 약 14억~16억5000만원 수준이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2026년 1월 서울 아파트 전월세전환율 4.73%를 적용하면 보증금 규모에 따라 예상 월세를 계산할 수 있다.
예상 월세를 계산하는 방식은 전세가격에서 보증금을 뺀 금액에 전월세전환율을 곱한 뒤 12개월로 나누는 것이다.
보증금을 낮추면 매달 받는 월세가 늘어난다. 당장 생활비가 필요한 은퇴자에게는 매력적인 선택이다. 그러나 월세 수입이 많아지면 임대소득세와 건강보험료 부담도 함께 증가할 수 있다.
반대로 보증금을 높이고 월세를 낮추는 반전세는 매달 들어오는 돈은 적지만 세금과 건강보험료 부담을 상대적으로 낮출 여지가 있다.
따라서 단순히 월세를 얼마나 받을 수 있는지만 보고 결정해서는 안 된다.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임대소득세, 건강보험료 증가분은 물론 수리비와 공실 위험까지 고려해야 실제 손에 남는 돈을 계산할 수 있다.
S씨 부부에게는 잠원동 아파트를 매각하는 방법도 중요한 선택지다. 새 아파트 입주 시점에 기존 집을 팔면 대출을 갚고, 자녀의 결혼·창업·유학자금과 노후 생활비, 새 아파트 분담금 등을 마련할 수 있다.
다만 주택 매각은 시점에 따라 양도소득세 부담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실제 매도에 앞서 1세대 1주택 비과세와 일시적 2주택 특례 요건 등을 세무사와 확인해야 한다.
원포인트 레슨
은퇴 후 2주택은 자산이 아니라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집을 계속 보유할지, 임대할지, 매각할지는 세금과 건강보험료까지 반영한 실제 현금흐름을 기준으로 결정하는 것이 좋다.
퇴직 후 월 700만원 쓰려면…국민연금 공백 7년이 고비
S씨가 생각하는 은퇴 후 적정 생활비는 부부 합산 월 700만원이다. 1년이면 8400만원이다. 지금은 부부가 월급을 받고 있지만 퇴직 이후에도 이만큼의 생활비를 쓸 수 있을지는 별개의 문제다.
S씨 부부의 국민연금은 단계적으로 지급될 예정이다. 배우자는 2034년부터 월 180만원, S씨는 2037년부터 월 170만원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2037년부터는 부부의 국민연금을 합쳐 월 350만원이 들어오는 셈이다.
다만 이 금액과 수령 시기는 부부가 예상연금 조회를 통해 확인한 것으로, 실제 지급액은 가입기간과 납부 이력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는 2030년부터 2036년까지다. S씨가 퇴직한 뒤 국민연금이 모두 지급되기까지 7년 동안 소득 공백을 메울 별도의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먼저 잠원동 아파트를 매각해 월세 수입이 없는 경우를 가정해보자.
2030년부터 2033년까지는 국민연금이 한 푼도 들어오지 않는다. 매달 700만원을 생활비로 사용하려면 1년에 8400만원, 4년 동안 3억3600만원을 보유 자산에서 꺼내 써야 한다.
2034년부터는 배우자의 국민연금 180만원이 지급되지만 여전히 매달 520만원이 부족하다. 2036년까지 3년간 필요한 돈은 1억8720만원이다.
결국 2030년부터 2036년까지 7년 동안 부족한 생활비만 5억2320만원에 이른다.
2037년부터 부부의 국민연금이 모두 지급되더라도 월수입은 350만원이다. 생활비 700만원을 유지하려면 매달 350만원, 연간 4200만원을 추가로 마련해야 한다.
연금보험과 개인형 IRP 등 보유 연금자산만으로는 이처럼 오랫동안 이어지는 생활비 공백을 모두 메우기 쉽지 않다. 따라서 잠원동 아파트를 매각한다면 매각대금 가운데 얼마를 노후 생활비로 확보할지 미리 계획해야 한다.
월세 400만원 받으면 국민연금과 합쳐 생활비 충당 가능
이번에는 잠원동 아파트를 계속 보유하면서 2034년부터 월세 400만원을 받는 경우를 살펴보자. 은퇴 후 현금흐름이 상당히 달라진다.
2030년부터 2033년까지는 앞선 경우와 마찬가지로 국민연금이나 월세 수입이 없다고 가정한다. 따라서 4년간 필요한 생활비는 3억3600만원이다.
하지만 2034년부터는 사정이 나아진다. 배우자의 국민연금 180만원에 월세 400만원이 더해지면 매달 580만원의 고정수입이 생긴다. 목표 생활비 700만원에서 부족한 금액은 120만원으로 줄어든다.
2034년부터 2036년까지 3년간 필요한 부족자금은 4320만원이다. 앞선 4년간의 생활비 3억3600만원을 더하면 2030년부터 2036년까지 필요한 돈은 총 3억7920만원이다.
월세가 전혀 없는 경우와 비교하면 7년간 부족한 생활비가 1억4400만원 줄어드는 셈이다.
2037년부터는 더욱 여유가 생긴다. S씨의 국민연금까지 지급되면 부부 국민연금은 월 350만원으로 늘어난다. 여기에 월세 400만원을 합치면 월 고정수입이 750만원이 된다. 목표 생활비 700만원을 충당하고도 50만원이 남는 구조다.
다만 이는 월세 400만원이 안정적으로 들어온다는 전제에서 계산한 금액이다. 실제로는 임대소득세와 건강보험료 증가분, 수리비와 공실 가능성 등을 반영해야 한다. 월세가 들어온다고 해서 그 전액을 생활비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반전세를 선택할 경우에도 소득 공백기 관리가 중요하다. 특히 2030년부터 2033년까지는 국민연금이 없는 시기인 만큼 예금 등 현금성 자산을 충분히 확보해둘 필요가 있다. 향후 임대보증금이나 월세를 활용할 계획이라면 그전까지 자금을 지나치게 묶어두지 않는 것이 좋다.
3억원 담보대출, 퇴직 전에 정리할 수 있을까
노후 생활비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대출 상환이다. 현재 S씨 가정의 담보대출은 3억원이다. 퇴직 이후에도 대출이 남아 있다면 이자 부담이 생활비를 계속 압박할 수 있다.
가능하다면 근로소득이 있는 동안 대출을 정리해 은퇴 후 고정비를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S씨가 퇴직 전 3년 동안 매년 6000만원씩 상환하면 총 1억8000만원을 갚을 수 있다. 여기에 보유 예금 5억5000만원 가운데 1억5000만원을 추가로 활용하면 상환 재원은 3억3000만원이 된다.
대출을 상환하면 은퇴 이후 매달 나가는 고정비가 줄어든다. 이는 S씨 부부가 목표로 하는 월 700만원의 생활비를 유지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물론 무조건 대출부터 갚는 것이 정답은 아니다. S씨 가정은 자녀 지원과 지역주택조합 아파트 추가 투자 등 앞으로 목돈을 지출해야 할 일이 많다. 상환 계획을 세울 때도 생활비와 비상자금을 위한 현금성 자산을 충분히 남겨두는 것이 중요하다.
S씨 부부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히 자산을 더 늘리는 일이 아니다. 이미 상당한 자산을 보유한 만큼 앞으로는 이를 어떻게 활용해 은퇴 후 안정적인 소득을 확보할지가 관건이다.
잠원동 아파트를 팔아 목돈을 확보할지, 월세나 반전세로 돌려 정기적인 소득을 만들지, 대출은 언제까지 상환할지에 따라 노후 생활의 모습은 크게 달라진다.
원포인트 레슨
은퇴 후 생활비는 보유 자산의 크기보다 매달 실제로 들어오는 돈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월 700만원의 생활비를 유지하려면 국민연금 공백기와 임대수입, 대출 상환 계획을 구체적인 숫자로 따져보고 자금 계획을 세워야 한다.
KioskNews shows a cleaned-up reading view extracted from the publisher’s page — the original always lives on their site, not ou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