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튀긴 라면’ 사려는 줄 수백미터···“지역축제 넘어 세계적인 축제로”
지난 6일 경북 구미시 구미역 일대에서 열린 제5회 구미라면축제. 농심 제공
지난 6일 경북 구미초등학교 앞에는 평일인데도 오전부터 라면을 사려는 줄이 길게 이어졌다. 오전 10시 문을 열기 전부터 사람들이 모였다. 대기줄은 점점 길어져 오후가 되자 광장 가운데에서 방향을 꺾어 구미역 광장 앞 행사장 입구 부근까지 수백m에 달했다. 농심 구미공장에서 당일 생산한 ‘갓 튀긴 라면’을 판매하는 곳이었다.
‘갓 튀긴 라면’은 6~8일 구미역 일원에서 열린 제5회 구미라면축제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농심에 따르면 일반 라면과 실제 맛의 차이는 거의 없지만, 갓 만든 라면을 사서 먹을 수 있는 경험을 누릴 수 있다는 점이 관람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다.
대구에서 아내와 함께 온 엄모씨(51)는 “두 시간을 기다려 라면을 샀다”며 자신이 기다릴 때보다 두 배는 길어진 줄에 크게 놀라는 눈치였다. 신라면과 짜파게티, 안성탕면, 너구리, 구미라면축제면 등이 든 투명한 비닐 가방을 등에 멘 사람들이 축제장 곳곳을 돌아다녔다. ‘라면거북이’라는 별명이 붙은 장면이다.
지난 6일 경북 구미시 구미역 일대에서 열린 제5회 구미라면축제. 농심 제공
구미라면축제는 지역에 농심 라면공장이 있다는 점에 착안해 시작됐다. 1991년 가동을 시작한 농심 구미공장에서 국내 신라면 생산량의 약 75%가 나온다. 구미시는 공장에서 당일 만든 라면을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을 관광 콘텐츠로 삼았다.
올해 축제엔 구미역 앞 475m 거리를 중심으로 라면레스토랑 25곳과 라면트럭 8대 등 33개 음식점이 참여해 이색 라면을 판매했다. 복튀김생참복라면, 송이능이산중라면, 감태와 명란, 삼겹살이 들어간 크림라면, 족발을 올린 라면 등을 선보였다. 구미시에 따르면 첫날인 6일에만 라면레스토랑 주문이 2만2231건, 매출은 1억7700만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첫날 주문 1만5140건, 매출 1억2400만원보다 각각 약 46.8%, 42.7% 늘었다.
지난 6일 경북 구미시 구미역 일대에서 열린 제5회 구미라면축제에서 ‘갓 튀긴 라면’ 가방을 멘 사람들. 농심 제공
구미시 송정동에서 거제복집을 운영하는 김지혜씨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치열한 심사를 거쳐 라면레스토랑에 참여했다. 김씨는 “지난해 축제 후엔 정식 메뉴에 올리지 않았는데도 축제 메뉴를 찾는 손님들이 있었는데, 올해는 축제가 끝나면 식당에서 정식 메뉴로 판매할 계획”이라며 “축제 참여가 가게를 알리는 데 도움이 많이 된다”고 말했다.
이날 구미는 강한 바람으로 날이 쌀쌀했지만 행사장 중앙 등에 차려진 2700석의 자리는 빈자리를 찾기 어려웠다. 서서 먹거나 인도 턱에 걸터앉아 라면을 즐기는 사람도 많았다. 한 테이블에 앉은 70대 남성들은 “라면은 봉다리 적힌 대로 끓이는 게 제일 맛있다” “나는 계란은 넣어서 끓인다”며 저마다의 조리법으로 대화를 나눴다.
지난 6일 경북 구미시 구미역 일대에서 열린 제5회 구미라면축제 행사장 중앙에 놓인 테이블에서 관람객들이 라면을 먹고 있다. 농심 제공
여러 체험 공간에도 긴 줄이 이어졌다. 컵과 면, 토핑을 조합해 나만의 라면을 만들고 스프 봉지 모양 장바구니, 라면 토핑 모양 수세미 등 기념품도 구매할 수 있었다.
축제는 구미시민에겐 자부심이 됐다. 남편·친구와 함께 축제를 찾은 주민 박모씨(70)는 “구미에서 하는 가장 큰 축제라 매년 찾는다. 외지인도 많이 온다”며 “평소에 못 먹는 특색 있는 라면도 먹을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올해는 특히 농심이 구미산 밀가루를 사용한 ‘구미라면축제면’ 20만봉을 한정 생산하면서 지역 농가와의 상생과 축제의 지역 상징성이 부각됐다.
구미라면축제 글로벌 라면 챌린지 본선 참가자들이 지난 6일 결의를 다지고 있다. 농심 제공
구미시는 지역축제를 세계인이 찾는 축제로 도약시키기 위해 노력 중이다. 올해 실시한 ‘2026 구미 글로벌 라면 챌린지’가 대표적이다. 이 행사 온라인 예선에는 아시아와 유럽, 북미, 중남미,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등 80개국에서 1263명이 참가했고, 이 가운데 13개국에서 한 명씩 본선 진출자로 선발돼 축제 둘째 날인 7일 본선을 치렀다. 미국인 참가자 린지(33)는 “제게 한국 라면은 단맛과 매운맛, 감칠맛이 한꺼번에 어우러지는 완벽한 조합”이라며 “축제의 모든 게 인상적이다. 정말 멋지다”라고 말했다. 윤성진 축제기획단장은 “본선 참가자 중 일부는 셰프이고, 상당수는 SNS 활동을 한다”며 “예선에서 레시피와 조리 영상뿐 아니라 SNS 활동과 영향력, 현지 식재료의 활용, 대륙별 안배 등을 함께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김장호 구미시장은 “축제 기간에만 관광객이 오는 게 아니라 연중 오게 하기 위해 도심에 구미 라면관을 조성하려고 한다”며 “연중 이색 라면 요리를 드시러 구미를 방문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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