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 첫 수출전문공장 가동···100여개국 겨냥한 ‘다품종 대량생산’ 체계 구축
농심 녹산 수출전문공장 외경. 농심 제공
넓게 펴진 반죽이 롤러 사이를 지나며 점점 얇아졌다. 얇아진 반죽을 가느다란 면발로 잘라 증기로 익혔다. 이를 일정한 길이로 잘라 둥근 틀에 담았다. 기름에 튀긴 뒤 식힌 면 위에 이미 포장된 분말스프·후레이크 봉지가 놓였다. 개별 포장을 마친 신라면은 다시 묶음 포장을 거쳐 상자에 담긴 채 출하 구간으로 향했다. 이 모든 공정이 자동으로 흘러가는 180m 길이의 생산 라인 옆에 푸른색 작업복을 입고 위생모와 마스크를 쓴 노동자들이 드문드문 서서 면의 무게나 제품 포장 상태 등을 직접 확인했다.
농심이 지난달 29일 가동을 시작한 부산 강서구 녹산 수출전문공장을 지난 5일 찾았다. 기존 녹산공장 부지에 지상 6층, 연면적 4만8178㎡ 규모로 지은 이 공장은 농심의 첫 수출전문공장이다. 투자금액은 2000억원 이상, 생산인력은 총 135명이다.
농심에 따르면 이곳에선 봉지면 2개 라인과 용기면 1개 라인에서 하루 약 178만개, 연간 약 5억개의 라면을 생산할 수 있다. 한 라인에서 봉지면은 분당 600개, 용기면은 500개까지 만든다. 스프 생산 라인 4개도 갖췄다. 해외 수요가 증가하면 면 생산 라인을 8개까지 늘릴 수 있게 대비해 놨다. 신공장이 더해지면서 농심이 국내에서 연간 생산할 수 있는 수출용 라면 수는 기존 부산·구미공장의 7억개에서 12억개로 70% 이상 늘어났다. 신공장은 부산신항과 4㎞가량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수출에 유리한 위치다.
농심은 현재 전 세계 100여개국에 라면을 비롯한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나라마다 소비자가 원하는 라면 맛과 먹는 방식이 다양해 제품군도 넓히고 있다. 얼큰한 국물의 신라면 오리지널을 중심으로 툼바·로제 등으로 맛과 형태를 넓히는 것도 이런 대응의 하나다. 수출 국가마다 포장에 사용하는 언어와 표시사항이 달라지고, 거래처가 요구하는 묶음이나 상자 구성도 다르다. 일례로 일본 소비자는 소량으로 구매하는 경우가 많아 멀티팩에 들어가는 라면 개수가 적은 편이라고 한다.
농심이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민텔 자료를 인용해 제시한 세계 라면 신제품 중 비국물 제품 비중은 2024년 22%에서 지난해 24%로 높아졌고 올해는 26%로 예상됐다. 농심에 따르면 비국물 제품인 신라면 툼바는 올해 1~9월 해외 판매량이 8757만개로 지난해 연간 해외 판매량의 약 1.5배에 이른다. 농심은 올해 5월 출시한 신라면 로제의 글로벌 판매를 내년 1분기 본격화하고, 툼바·로제를 잇는 새 볶음면 제품도 이르면 같은 시기에 선보일 계획이다. 지송하 농심 글로벌마케팅부문장은 “저희의 근간은 역시 신라면 오리지널”이라며 신라면 고유의 맛을 유지한 채 지역별 취향과 먹는 방식에 맞춘 판매·마케팅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농심은 신공장을 만들면서 이런 다양한 수요에 대응해 ‘다품종 대량생산’ 체계를 갖추는 데 공을 들였다. 회사 측은 한 라인에서 생산하는 품목을 자주 바꿔야 하는 상황에서 품목 교체 시간을 기존 공장의 2시간에서 30분으로 75% 단축하고, 이를 통해 생산효율을 17.6% 높였다고 밝혔다. 다음 제품에 쓸 배합수를 미리 준비할 여유 탱크를 두는 등 앞선 제품을 만드는 동안 다음 작업을 준비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는 것이다.
전윤열 녹산공장장은 현재 신공장에선 신라면·너구리·짜파게티와 육개장사발면·김치사발면 등 22개 품목을 생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향후 비국물 제품 등으로 생산 품목을 확대할 계획이다.
부산 강서구에 있는 농심 녹산 수출전문공장에서 한 노동자가 신라면 포장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농심 제공
생산 품목과 포장이 다양해지면서 일정한 품질을 유지하는 일은 더 중요해졌다. 포장된 라면은 중량선별기를 거치고, 엑스레이 방식의 이물검사기와 금속검출기가 이물 혼입 여부를 살핀다. 포장지에 날짜가 제대로 인쇄됐는지를 확인하는 장치도 있다. 인공지능(AI) 검사 시스템은 면과 포장 상태 등의 이상을 찾아내고, 센서 데이터는 설비 고장 징후를 감지하는 데 쓰인다. 이날 공장 견학 도중 이물검사기에서 신라면 제품이 걸려 라인이 멈추는 상황이 목격됐다. 이주호 녹산공장 품질관리팀 선임은 “두 시간마다 시험용 샘플을 넣어 기기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점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농심은 녹산 수출전문공장 가동을 계기로 해외 사업에 더욱 속도를 낼 계획이다. 신공장 생산품은 일본·유럽·호주 등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농심의 라면 생산공장은 국내 6곳, 미국과 중국 각각 2곳 등 총 10곳이다. 국내 수출용 공급능력 12억개에 미국·중국 현지 공장의 연 17억개와 국내 내수용 생산능력 33억개를 합치면 전체 생산능력은 최대 62억개에 이른다.
신라면 브랜드는 이미 해외 매출이 국내 매출보다 크다. 신라면의 해외 매출 비중은 2018년 43%, 지난해 66%에서 올해 상반기 71%로 높아졌다. 농심에 따르면 회사 전체의 올해 상반기 해외 매출 비중은 40.2%였는데, 이를 2030년까지 60% 이상으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같은 시점에 전사 매출 7조3000억원을 달성하고 세계 라면시장 5위권에 진입하겠다는 목표다.
지 부문장은 K콘텐츠가 한국 라면에 대한 관심과 첫 구매를 이끄는 데 도움이 됐지만 맛과 품질로 반복 구매를 이끌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조용철 농심 대표이사는 “녹산 수출전문공장은 전 세계 소비자들의 다변화된 니즈에 맞춘 제품을 신속하고 대량으로 공급할 수 있는 농심 글로벌 사업의 핵심 심장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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