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전략투자 첫 공식 발표…텍사스 발전·미국 원전·알래스카 LNG 추진

텍사스 발전소에 223억달러 투자
미국 원전 8기 건설 틀 합의
APR1400 미국 진출 길 열기로
알래스카 LNG는 경제성 검토
투자금 통합 관리해 회수 추진
산업통상부는 1일 “한국과 미국 정부는 22일 한미 전략적 투자 양해각서(MOU)에 따른 한미 전략투자 프로젝트로 텍사스 가스복합화력 발전 프로젝트(프로젝트 스타), 한미 원전 프레임워크(프로젝트 파워),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프로젝트 노스) 등 세 건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산업부가 국회 등 외부 기관에 대한 보고를 제외하고 한미 전략투자 프로젝트를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텍사스 발전소 2029년 가동…전력구매계약이 관건
‘1호’ 프로젝트는 미국 텍사스주 엔시날 지역에 조성되는 6472메가와트(MW) 규모 가스복합화력발전소다. 인근에 조성되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직접 공급한다. 2029년 1단계 상업운전을 시작으로 2032년 전체 설비 가동을 목표로 한다. 총 투자 규모는 223억달러다.
전력 수요자와 발전소를 잇는 프로젝트에서는 개발사의 역량이 중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발전시설을 원활하게 구축하는 동시에 신뢰할 수 있는 전력 수요자를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개발사로 글로벌 9위 부동산 개발업체인 릴레이티드 컴퍼니스(Related Companies)와 미국 1위 발전운영사인 넥스트에라 에너지(NextEra Energy) 같은, 역량과 경험이 입증된 신뢰할 만한 개발사가 주도하고 있는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사업에 필요한 부지와 천연가스, 용수 등은 텍사스 5위 천연가스 공급업체인 루이스 에너지 그룹(Lewis Energy Group)이 제공한다.
가스복합화력 사업은 정부가 강조한 ‘상업적 합리성’을 확인했고 사업의 구체적인 조건도 정해진 유일한 프로젝트다. 김 장관은 “프로젝트 검토 과정에서 글로벌 유수의 기업이 사업 파트너로 참여하는 점, 텍사스주 전력시장이 역내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 급증에 따라 2025~2030년 연평균 13.6%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 상업적 합리성 충족을 위한 적정 전력 가격이 유사 사업의 전력 가격 범위에 있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했다”고 밝혔다.
이는 아직 발전소의 전력을 구매할 ‘오프테이커’와 전력구매계약(PPA)이 체결되지 않았다는 불확실성을 의식한 설명으로 보인다. 통상 발전소 개발 사업은 신뢰도 높은 전력 수요자와 계약을 맺은 뒤 이를 기반으로 자금을 모집하는 경우가 많다. 계약된 전력요금으로 계산한 현금흐름과 수요자의 신용도 등에 따라 수익률과 자금조달 금리가 정해지기 때문이다.
산업부는 가스복합화력발전 사업에 불확실성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미국 정부가 PPA 주선을 약속한 만큼 수익성이 있을 것으로 봤다. 김 장관은 ‘미국이 적절한 시점에 PPA를 맺을 수 있도록 보장해주기로 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텍사스 프로젝트의 예상 수익률은 13.9%”라며 “주변 프로젝트 중에는 20%까지 나오는 것도 확인했다”고 말했다.
산업부가 내부적으로 추정한 프로젝트 스타의 수익률은 16~18%다. 다만 이는 223억달러를 한 번에 투입했을 때를 가정한 수치다. 실제 투자금은 3~4차례에 걸쳐 투입돼 예상 수익률이 13.9%로 낮아졌다는 설명이다. 인프라 투자업계에서는 10%대 중반이면 민간에서도 투자할 만한 수익률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 장관은 프로젝트 스타가 한국 기업들이 유수의 미국 기업들과 함께 사업하는 경험을 쌓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도 설명했다. 그는 “상업적 합리성을 판단할 때 중요하게 본 것은 어떤 미국 개발업체 등이 참여하느냐였다”며 “넥스트에라 에너지, 루이스 에너지 그룹 등은 한국 기업들도 함께 일해보고 싶었지만 그동안 기회가 없었던 기업”이라고 말했다.
가스 가격 변동 위험을 분산하기 위한 장치도 마련했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가스 가격은 변동성이 높아 전기 가격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경우 가스 가격 때문에 회수가 어려워질 수 있다”며 “전력회사와 가스사가 이를 상쇄하도록 돼 있다”고 말했다.
원전 8기에 1200억달러…APR1400 미국 진출 추진
한미 전략투자 기금 2000억달러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인 1200억달러를 차지하는 ‘프로젝트 파워’는 구체적인 사업 조건보다 협력의 큰 틀을 담은 ‘한미 원전 프레임워크’로 MOU에 포함된다.
산업부는 “양국은 한미 전략투자 기금 1200억달러를 활용해 미국 내 대형 원전 8기(APR1400 2기, AP1000 6기)를 건설하고 양국 기업 간 원전 협력 방향을 포함하는 한미 원전 프레임워크에 합의했다”며 “프레임워크에는 한미 양국 정부, 웨스팅하우스, 한국전력 및 한국수력원자력이 함께 서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건설은 3단계로 추진된다. 1단계에서는 AP1000 2기를 먼저 건설하고, 2단계에서는 APR1400과 AP1000을 각 2기씩 건설한다. 3단계에서는 AP1000 2기를 추가로 건설한다. 양국 정부는 1·2단계 EPC 계약의 시차가 6개월을 넘지 않도록 ‘합리적인 노력’을 다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사실상 지난해 1월 웨스팅하우스와 한국전력·한수원이 맺은 타협협정(SA·Settlement Agreement)을 개정하는 것이다. 해당 협정은 한국 노형인 APR1400의 미국 진출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한국형 원전을 해외에 수출할 경우 1기당 최소 1조원이 넘는 물품과 용역 등을 웨스팅하우스에서 구매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는 “한국 노형인 APR1400은 양국 기업들이 체결한 SA로 인해 미국 진출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며 “그러나 한국 정부는 미국 에너지부·주정부·의회·업계 등을 다각도로 접촉하고 미측과 치열하게 협상해 미국 진출이라는 성과를 얻어냈다”고 설명했다.
김 장관은 “SA는 미국 시장에 한국 노형이 진출하지 못하게 하려는 것으로 이해되는데, 이번에 SA를 개정하기로 했다”며 “그 내용에 대미 펀드를 활용해 미국에 APR1400 2기를 짓는다는 내용이 들어간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대가에 대해서는 팀코리아인 한전·한수원이 협의하도록 돼 있다”며 “기술료, 역무(공사), 핵연료 등이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APR1400을 미국에 건설하는 대신 한국이 웨스팅하우스에 기술료 등 명목으로 대금을 지급한다는 의미다. 정부 안팎에 따르면 양국은 이 금액을 20억달러 수준으로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는 또 “웨스팅하우스 노형인 AP1000 건설에도 한국 시공사와 기자재 기업이 참여한다”며 “국내 기업이 AP1000 건설을 주도해 성공으로 이끈다면 향후 유럽 등 제3국 시장 공동 진출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원전 건설의 주요 위험 요인인 공기 연장과 비용 초과에 대비한 장치도 마련했다는 설명이다. 총 1200억달러의 투자금 가운데 200억달러를 예비비로 편성했다. 김 장관은 “예비비 200억달러는 원전 건설 때 발생할 수 있는 비용 초과에 대비해 책정한 금액으로, 실제 집행되지 않더라도 투자 이행액으로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한국 정부는 제작 기간이 긴 기자재를 미리 발주하기 위해 100억달러를 미국 측에 먼저 지급하기로 했다. 김 장관은 “이 경우 조속한 사업 추진과 함께 우리 기자재 활용을 확대할 기회도 확보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국 민간기업과 한전·한수원 등이 함께 웨스팅하우스 지분을 인수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김 장관은 “대규모 원전 사업에서 발생하는 상업적 이익을 한미 간 폭넓게 공유하기 위해 한국 기업들의 웨스팅하우스 지분 인수도 추진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치권 등에 따르면 한국은 웨스팅하우스 지분 5~10%를 공모가보다 10% 낮은 가격에 인수하고 이사회 의결권을 확보하는 방안을 미국과 논의 중이다. 이 경우 미국 원전 건설에 한국 기자재가 더 많이 투입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원전 건설의 구체적인 조건은 향후 협의를 거쳐야 한다. 원전 8기는 각각 별개의 프로젝트로 보고 상업적 합리성을 따지게 된다. 김 장관은 “원전은 총론에는 합의했지만 각론이 남아 있다”며 지반의 견고함, 물과 수요처까지의 거리 등에 따라 사업비와 상업적 합리성이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9~11월에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해 올해 4분기께 구체적인 입지가 정해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알래스카 LNG도 포함…사업성 확인 뒤 추진 판단
‘상업적 합리성’에 대한 우려가 컸던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사업도 MOU에 포함됐다. 알래스카 북부의 천연가스를 남부까지 운송하기 위해 약 1300㎞의 가스관을 깔고 해외 수출용 터미널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동토층과 혹한으로 인한 공기 연장 등이 주요 위험 요인으로 꼽혀 왔다.
산업부는 “양국은 이 프로젝트에 대한 검토에 착수하기로 했다”며 “한미 전략적 투자 MOU에 따른 상업적 합리성 요건과 관련 국내법상 조건이 충족되는 경우 프로젝트 추진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한국 측에 알래스카 LNG 사업 추진에 유리한 여건을 조성하기로 했다. 사업에 필요한 철강 등 기자재에 관세 인하 혜택을 부여하고, 경제성 있는 조건의 장기 LNG 구매 예약을 보장하기로 했다. 또 프로젝트를 통해 생산되는 알래스카 LNG에 대해 한국에 우선적 접근권을 부여한다.
김 장관은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가 “상업적 합리성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LNG 도입선 다변화 차원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카타르, 말레이시아, 호주, 텍사스 등 기존 수입처에 문제가 생길 경우에 대비해야 한다는 취지다. 그는 “인허가 지연, 노동 문제, 날씨, 기술 등 여러 이슈가 있다”며 “미국과 상업적 합리성을 개선할 방안을 좀 더 치열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프로젝트 수익 통합 관리…올해 최대 124억달러 송금
산업부는 이번 MOU를 통해 한미 전략투자 기금 전체의 투자금 회수와 관련한 불확실성을 줄였다고 평가했다. 한국이 모든 프로젝트에 투입한 투자금의 원리금을 전부 회수할 때까지 개별 프로젝트에서 발생한 수익의 한미 간 배분 비율을 5대5로 유지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특정 프로젝트에서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하더라도 다른 프로젝트의 수익을 활용해 기금 전체 차원에서 회수할 수 있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11월 MOU에는 ‘원금 회수 전까지는 한미가 5대5, 회수 후에는 한국과 미국이 1대9의 비율로 수익을 배분한다’고 돼 있었다. 다만 ‘원금 회수’의 기준이 개별 프로젝트인지 전체 전략투자 기금인지 불분명했다. 한국은 전체 전략투자 기금이 프로젝트별 특수목적법인(SPV)과 이를 포괄하는 우산형 SPV로 구성된다는 점을 근거로 ‘기금 전체의 원금 회수’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미국은 이번 협상 과정에서 이를 프로젝트별로 분리하자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적으로 한국의 해석이 반영된 것이다.
김 장관은 “모든 한미 전략투자 프로젝트는 하나의 우산형 투자목적회사(I-SPV)와 복수의 프로젝트별 목적회사(P-SPV)를 통해 추진된다”며 “I-SPV를 통해 전체 프로젝트의 투자금과 수익이 통합 관리된다”고 설명했다.
올해 미국에 송금될 금액은 121억~124억달러로 전망된다. 김 장관은 “1차 송금으로 9월 말 21억~24억달러를 보낼 예정”이라며 “원전 프로젝트에도 100억달러를 보낼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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