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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rsday, October 1, 2026

한국형 원전 미국 간다…2000억달러 대미투자 3대 사업 뜯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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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E 바라카 원전 2호기. 한국전력 제공

UAE 바라카 원전 2호기. 한국전력 제공

한국이 미국에 약속한 2000억달러 규모 전략투자가 텍사스 가스발전과 원전,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등 3개 대형 사업으로 사실상 채워질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일(한국시간) 한국의 대미 전략투자 사업으로 텍사스 엔시날 가스복합화력 발전소와 미국 원전 8기 건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제시된 사업 규모를 단순 합산하면 1963억달러다. 한국이 무역합의를 통해 약속한 2000억달러 전략투자 한도의 약 98%에 해당한다.

정부는 애초 텍사스 엔시날 가스복합화력 발전소만 제1호 투자사업으로 확정하고, 원전 8기 건설은 추가 사업성 검토 대상으로, 알래스카 LNG는 ‘검토 착수’ 단계로 분류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세 사업을 모두 확정적으로 발표하면서 원전과 알래스카 LNG도 본격적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형 원전, 미국 진출

세 사업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것은 미국 내 대형 원전 8기 건설이다. 사업은 3단계로 추진된다. 먼저 웨스팅하우스의 AP1000 2기를 건설하고, 2단계에서 AP1000 2기와 한국형 원전 APR1400 2기를 함께 짓는다. 마지막 단계로 AP1000 2기를 추가해 총 8기를 완성하는 구조다.

APR1400 2기가 계획대로 건설되면 미국에 해외 노형이 들어서는 첫 사례가 된다. 지난해 한전·한국수력원자력과 웨스팅하우스가 지식재산권 분쟁을 끝내면서 체결한 합의로 APR1400의 미국 진출이 사실상 막혀 있었지만, 기존 합의를 개정해 한국형 원전의 미국 진출 길을 열기로 했다. 정부는 원전 종주국인 미국에서 APR1400의 실적을 확보하면 제3국 원전 수주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총사업비 최대 1200억달러 가운데 약 1000억달러는 건설비로, 200억달러는 공사비 상승 등에 대비한 예비비로 책정됐다. 예비비는 실제 사용되지 않더라도 한국이 약속한 2000억달러 전략투자 금액에 포함된다. 원전 기자재의 긴 제작 기간을 고려해 연말까지 최대 100억달러를 먼저 투입해 장주기 품목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한국 기업의 웨스팅하우스 지분 5~10% 인수도 추진된다. 한전과 한수원은 재무 부담을 고려해 상징적인 수준으로 참여하고, 국내 원전 기업들의 투자를 유도할 계획이다. 지분 규모는 협의 과정에서 당초 구상보다 줄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분 10%가 이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최소 기준”이라며 “국내 기업은 더 투자하고 싶은데 웨스팅하우스에서 한국 측이 이사회까지 참여하는 걸 부담스러워했다”고 말했다.

가장 큰 위험요소는 공사비다. 대형 원전은 건설기간이 길고 공사 지연 등에 따라 사업비가 당초 계획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김 장관은 공사비가 1200억달러를 넘어설 경우 초과분의 부담 주체는 계약 관계상 귀책사유에 따라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실제 사업 과정에서 비용 초과의 책임 소재를 둘러싼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텍사스 발전소…수요처 계약은 ‘아직’

텍사스 엔시날 가스복합화력발전소 건설은 가장 먼저 집행되는 사업이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급증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6GW대의 발전설비를 짓는 사업으로, 2029년 1단계 상업운전을 시작해 2032년 전체 설비 가동을 목표로 한다.

정부는 텍사스의 전력 수요 증가와 사업 참여 기업의 경쟁력 등을 감안해 이 사업에 상업적 합리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사업 존속기간 안에 투자 원리금을 회수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다만 수익성을 좌우할 장기 전력구매계약(PPA)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대규모 발전사업은 통상 안정적인 수요처와 사전에 PPA를 맺어 투자 위험을 낮추지만, 엔시날 사업은 수요처를 확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먼저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는 AI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텍사스의 전력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어 서둘러 수요처를 확정하기보다 향후 더 유리한 조건으로 계약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국 기업이 기자재 공급과 설계·조달·시공(EPC) 등에 어느 정도 참여할지도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정부는 미국 측과 한국 기업의 참여 확대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뜨거운 감자’ 알래스카 LNG

540억달러 규모로 제시된 알래스카 LNG는 세 사업 가운데 사업성을 둘러싼 논란이 가장 큰 사업이다. 알래스카 북부 노스슬로프에서 생산한 천연가스를 약 1300㎞의 파이프라인을 통해 남부로 운송한 뒤 액화해 아시아로 수출하는 사업이다.

한국 정부는 그동안 알래스카 LNG의 사업성에 지속적으로 의문을 제기해왔다. 막대한 초기 투자비와 장거리 파이프라인 건설, 인허가, 노동력 부족, 혹한 등으로 비용이 불어날 가능성이 크고, 카타르 등 기존 LNG 공급처와 비교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정관 장관도 지난달 22일 알래스카 LNG에 대해 “상업적 합리성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라며 “합리성이 떨어지는 것은 미국도 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정세 불안, 말라카·대만해협 등 주요 LNG 수송로의 지정학적 위험을 고려하면 미국 알래스카에서 LNG를 직접 들여오는 데 따른 전략적 이점도 있어 검토할 가치는 있다는 게 정부 판단이었다.

미국이 내놓은 유인책도 한국이 사업 검토에 착수한 배경이다. 미국 측은 사업이 추진될 경우 한국산 철강 등 기자재에 대한 관세 면제 혜택을 제공하고, 경제성 있는 조건의 LNG 장기구매계약과 한국의 우선 접근권을 보장하기로 했다.

김 장관은 당시 “(안정적 LNG 수송로 확보와 같은) 전략적 이익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업적 합리성이 없으면 안 한다”며 “알래스카 프로젝트가 우리 입장에서 상업적으로도 받을 만하고 전략적으로도 충족할 수 있도록 (미국과) 논의하면서 치열하게 붙어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발표에서 알래스카 LNG를 한국의 전략투자 사업으로 포함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한국 정부가 상업적 합리성을 따져 추진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했던 사업을 미국 측이 먼저 투자사업으로 공식화한 만큼, 향후 사업성 검토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어느 정도 선택의 여지를 확보할 수 있을지가 쟁점으로 떠오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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