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식하지 않은 급식 취약계층에 나눔…일곱 지역이 바꾼 일의 방식
수원은 학교와 복지기관 잇고
광명·태백, 자원과 수익 경로 바꿔
영암은 거래 확대, 성동은 산업 관리
동구·예천은 돌봄과 이동 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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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9일 오후 3시께 경기도 수원시 서호노인복지관 식당. 인근 6개 학교에서 온 밥과 국, 반찬이 커다란 통에 담겨 들어왔다. 청솔재가노인지원서비스센터 등 센터 3곳의 직원과 자원봉사자를 포함한 20명 남짓이 전용 용기에 음식을 나눠 담았다. 센터 1곳마다 20~25명분을 담아 바로 취약계층 가정에 배달했다. 음식은 당일 조리됐지만,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배식하고 남은 것이다. 수원시는 지난해 하반기 시범운영을 거친 ‘학교급식 잔식 기부사업’을 올해 본사업으로 전환했다. 식사 지원이 닿지 않던 취약계층에게 음식을 보내면서 안부를 살피고, 버려지는 급식 음식들도 줄이려는 목적이다.
올해 상반기에 수원 지역 학교 14곳이 복지기관 8곳에 약 6.5톤의 음식을 전달했다. 수원시는 학교와 복지기관을 연결하고 운반 체계를 마련했다. 학교는 기부할 때마다 별도 서류 없이 전용 앱에 내역만 입력한다. 보내는 쪽도, 받는 쪽도 이 사업을 반긴다. 김예지 망포고등학교 영양교사는 “좋은 재료로 조리한 음식이 버려지지 않고 필요한 분들에게 전달된다는 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이준영 청솔센터장은 “음식을 전하면서 평소 식사를 잘 챙기시는지 확인하고 인사도 나눌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수원시는 올해 2회를 맞은 ‘2026 한겨레 지역회복력 평가’ 종합부문 대상 지역으로 선정됐다. 환경·경제·사회 정량지표에서 고른 성과를 보였고, ‘잔식 기부’처럼 자원과 인력을 달리 활용해 생활 문제를 푼 사례가 다른 분야에서도 확인됐다. 수원시청 본관 1층 새빛민원실의 ‘베테랑 팀장’이 대표적이다. 경력 20년 이상인 팀장 6명이 소관 부서가 불분명한 민원을 전담한다. 2023년 4월부터 지난 6월까지 처리한 민원이 4320건이다. 수원시 외에도 전국 6곳이 3개 영역 총 6개 유형의 최우수 지역으로 선정됐다. 이들 지역 모두 어디서 일이 막히는지 먼저 짚고, 필요한 역할과 절차를 정한 뒤 제도와 예산으로 실행을 뒷받침했다. 정책의 수보다 실제로 현장에서 어떤 절차로 정책이 작동하는지를 주요하게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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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 자원과 수익의 흐름을 바꾸다
환경 영역에선 수거한 자원이 어디로 가고, 재생에너지에서 나온 수익이 누구에게 돌아가는지를 살폈다. ‘자원순환형’에 선정된 경기도 광명시는 대형 폐기물이 처리되는 경로를 바꿨다. 장롱이나 매트리스는 여러 재질이 섞여 선별하기가 어렵다. 기존엔 수집·운반 대행업체가 각자 분리한 뒤 처리처를 찾지 못한 물량을 소각하거나 매립했다. 광명시는 2024년부터 대형 폐기물을 시 소유 부지에 모아 전문업체가 폐목재·고철·폐합성수지 등으로 나누도록 했다. 업체는 선별한 물질을 원료나 연료로 팔고 시에 부지 사용료를 낸다. 광명시는 폐기물 처리 비용이 한해 2억원가량 줄었다고 밝혔다. 대형 폐기물 재활용률은 올해 6월 기준 100%에 이르렀다. 폐합성수지를 연료로 보낸 물량까지 합한 수치다.
강원도 태백시는 ‘탄소중립형’에 선정됐다. 석탄산업 쇠퇴를 겪은 태백시는 재생에너지 생산 수익이 지역에 돌아오는 구조를 만들었다. 태백시는 2018년 강원도·한국동서발전 등과 가덕산풍력발전 회사에 출자했다. 시 자금이 65억7천만원 들어갔고, 2022년부터 올해까지 받은 배당금은 76억1천만원이다. 수익을 지역으로 보내는 방식도 제도화했다. 2021년 조례를 만들어 풍력자원 공유화기금의 재원과 사용처, 심의 절차를 마련했다. 배당금의 10%는 이 기금에 넣는다. 지난해 이 기금으로 지역 요양원 조명을 엘이디(LED)로 바꾸고 경로당에 태양광발전시설을 놓았다. 주민들은 풍력발전사업에 총 44억원을 채권으로 투자했고, 분기마다 약정 수익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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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거래를 잇고 생산 기반을 지키다
경제 영역에선 지역에서 생긴 소득과 소비가 다음 거래로 이어지는지, 새 산업이 성장하는 동안 기존 생산 기반은 어떻게 유지되는지를 살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영암군은 ‘지역순환경제형’에 선정됐다. 이곳에서 카페 ‘달품’을 운영하는 이건희(30)씨는 손님이 지역화폐 ‘월출페이’로 지급한 일부를 동네 가게에서 사용한다. 그는 “이제 카페에서 쓰는 식재료는 가급적 동네에서 사려 한다”고 말했다. 영암군은 지난해 3월 지역사랑상품권을 전용 앱 월출페이로 바꾸면서 ‘가맹점 간 순환결제’를 도입했다. 가맹점이 받은 월출페이를 다른 가맹점에서 다시 쓰면 일정 비율을 돌려준다. 군은 소상공인 카드수수료 지원금과 하반기 농촌기본수당도 월출페이로 지급해 공공 재원이 지역 결제망 안에서 돌도록 했다. 2024년에는 지역순환경제 기본 조례를 만들고, 이듬해 1월 전담 부서(지역순환경제과)도 신설했다.
서울 성동구는 ‘혁신경제형’에 선정됐다. 뚝섬역에서 10분 남짓 걸어간 곳에 성수 수제화 희망플랫폼(복합문화공간)이 있다. 건물 앞 전시장에는 성수동 업체들이 만든 구두와 가방이 진열돼 있다. 성수동에서 시스템·응용소프트웨어를 개발·공급하는 업체는 2016년 236곳에서 2024년 739곳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구두류 제조업체는 292곳에서 162곳으로 줄었다. 성동구는 산업 구조의 변화를 수용하면서도, 기존 상권과 제조업 보호와 성장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정보기술 중심이던 산업진흥지구에 패션·디자인·미디어 산업을 더해 산업의 상생 구조를 만들었다. 특히 성동구는 소셜벤처의 창업·투자 기반을 다지는 한편, 성동지역경제혁신센터를 통해 수제화 등 기존 제조업에 디지털 기술을 적용하는 사업을 폈다. 임대료 상승으로 업체가 떠나지 않도록 주변 시세보다 낮은 임대료의 ‘성동안심상가’도 운영했다. 지난해에는 기업·임대인·임차인·주민·구청이 참여하는 민관 협력형 지역관리체계인 ‘성수 타운매니지먼트’를 도입했다. 같은 해 지역통합관리 조례를 만들고, 올해는 기업·전문가·주민이 참여하는 지역관리위원회를 꾸리는 등 산업 공존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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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 생활서비스가 닿는 거리를 줄이다
사회 영역에선 돌봄과 생활서비스가 필요한 주민에게 실제로 잘 전달되는지를 평가했다. ‘돌봄강화형’에 선정된 전남광주 동구에서는 쪽방 주민의 주거 환경과 고립이 과제였다. 옛 시외버스터미널이 있던 대인동·계림동 일대의 여인숙과 모텔에는 저소득 주민들이 장기간 거주한다. 2023년 동구가 이 일대 쪽방 주민을 조사한 결과, 60대 이상 주민 가운데 만성질환자 비율이 70%를 넘었다. 이들이 사는 곳 상당수는 부엌과 씻을 곳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다. 동구는 ‘광주다움 통합돌봄’ 특화사업을 통해 이 일대에 ‘들랑날랑커뮤니티센터’를 열었다. 운영은 사회적 협동조합이 맡았다. 식사·세탁·샤워가 가능하고 건강관리도 받을 수 있는 거점이다. 하루 평균 50명이 찾아와 식사한다. 의료기관과 대학 등 26개 기관·단체가 진료와 목욕 등을 지원한다. 2024년에는 쪽방 주민의 복지와 생활 안정을 지원하는 조례도 만들었다.
‘생활안정형’에 선정된 경북 예천군에서는 도청 이전으로 조성된 신도시의 이동 수단이 과제였다. 2019년 도입한 공영 자전거는 낡고 고장이 잦았다. 2024년 9월 모두 전기자전거로 바꾸면서 대여소를 11곳에서 19곳으로 늘리고, 스마트폰 앱으로 대여·반납하는 무인 방식을 도입했다. 가입비 1천원을 내면 하루 2시간씩 계속 무료로 탈 수 있다. 지금까지 1만9천여명이 가입했다. 이용이 뜸했던 공영 자전거는 이제 하루 평균 2천여차례 빌려 나간다.
올해 ‘한겨레 지역회복력 평가’를 맡은 강현수 중부대 도시행정학 교수(전 국토연구원장)는 “정량지표로 평가의 객관성을 확보하면서도 숫자로 드러나지 않는 정책의 질을 살피려 했다”며 “정책이 실제로 지역사회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 확인하기 위해 평가 방식을 보완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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