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경 건너뛰더니 턱에 털까지”…여성들이 놓치는 ‘이 질환’

월경불순·다모증·여드름이 대표 신호
체중 늘었다면 대사 건강도 살펴야
10대는 사춘기 변화와 구별 필요
초음파만 보고 섣불리 진단해선 안 돼
규칙적으로 월경을 하던 A씨는 최근 몇 달 사이 몸에 이상한 변화가 생겼다. 체중이 늘기 시작하더니 월경 주기가 들쭉날쭉해졌다. 처음에는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월경을 건너뛰는 일이 반복됐고, 평소보다 체모가 눈에 띄게 늘었다. 여드름까지 심해졌다. 결국 병원을 찾은 A씨가 받은 진단은 ‘다낭난소증후군’이었다.
24일 의료계에 따르면 다낭난소증후군은 가임기 여성에게 나타나는 대표적인 생식 내분비 질환이다. 난소에서 배란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거나 여성호르몬에 비해 상대적으로 남성호르몬 분비가 증가하면서 월경불순 등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표적인 신호는 불규칙한 월경이다. 정상적인 배란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월경 주기가 길어지거나 아예 한두 달씩 건너뛰기도 한다. 남성호르몬의 영향으로 턱이나 인중 등에 체모가 굵어지는 다모증이나 여드름, 여성형 탈모가 나타날 수도 있다.
단순히 월경만의 문제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인슐린 저항성과 혈당 이상, 혈압 상승, 복부비만 등 대사 이상이 함께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증뿐 아니라 우울감·불안 등 수면 및 정신 건강과도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월경과 임신뿐 아니라 혈당과 콜레스테롤, 체중 등 전반적인 건강 상태를 함께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이제연 이대목동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월경불순은 다낭난소증후군의 대표적인 증상으로, 규칙적인 정상 배란이 일어나지 않아 월경 주기가 길어지거나 월경을 건너뛰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다만 월경이 불규칙하다고 모두 다낭난소증후군인 것은 아니다. 심각한 체중 감소나 갑상선 질환, 고프로락틴혈증(혈액 속 프로락틴 호르몬 수치가 정상보다 높은 상태) 등도 월경불순을 일으킬 수 있어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특히, 전문가들은 청소년은 진단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한다. 다낭난소증후군 때문에 초경이 늦어질 수도 있지만, 10대에는 생식호르몬 체계가 아직 완전히 성숙하지 않아 월경불순이나 여드름이 정상적인 사춘기 과정에서 나타난다.
초경 후 약 8년 이내에는 정상적인 사춘기 과정에서도 난소에 작은 난포가 많이 관찰될 수 있다. 초음파 검사에서 난소가 ‘다낭성’처럼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다낭난소증후군이라고 섣불리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다만, 초경이 시작되지 않거나 초경 후 3년이 지나서도 월경불순이 계속된다면 전문의 진료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나이가 들면서 증상이 달라지기도 한다. 이 교수에 따르면 다낭난소증후군 진단을 받은 여성도 40대에 접어들면 월경 주기가 오히려 규칙적으로 바뀌는 경우가 있다. 남성형 다모증과 여드름도 감소하고 초음파에서 나타나는 다낭성 난소 양상도 서서히 줄어든다. 폐경은 다낭난소증후군이 없는 여성보다 2~3년가량 늦어지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여성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임신이다. 다낭난소증후군으로 인한 배란장애는 난임의 흔한 원인 가운데 하나다. 그렇다고 다낭난소증후군이 곧 불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 교수는 “다낭난소증후군이 있다고 임신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며 정확한 진단과 효과적인 배란 유도 치료를 통해 성공적인 임신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낭난소증후군은 치료가 불가능한 영원한 불임도, 평생 약을 먹어야 하는 질환도 아니다”라며 “정확한 진단을 통해 문제점을 파악하고 환자의 상태에 맞게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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