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자(들)’ 논란에 최승호 “너무 나간 상상…진보 어른들이 선 그어야”

MBC 사장을 지낸 최승호 뉴스타파 PD가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너무 나간 상상”이라며 역사적 사건을 둘러싼 극적 설정이 우리 사회의 좌우 갈등을 더욱 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 PD는 9월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육영수 여사가 저격당한 비극적 사건의 기획자가 박정희 대통령 혹은 그의 수하였던 중앙정보부라고 상상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좌우 간 균열을 한층 더 심화시키는 사건이라고 생각한다”고 적었다.
그는 “문세광의 저격사건에 대한 수사가 짧은 시간에 이뤄지고 신속한 재판과 사형으로 이어졌기에 남아 있는 증거들에서 여러 문제점을 찾아낼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박정희 정권이 영부인을 죽인 범인이라는 의심을 하다니. 이것은 인간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 PD는 당시 사건을 직접 기억하고 있다며 개인적인 경험도 꺼냈다.
그는 “당시 중학교 1학년 어린 나이였지만 육 여사의 죽음이 대중들에게 준 슬픔의 크기를 기억한다”며 “아내의 영구차에 손을 올리고 망연한 표정을 짓던 박 대통령의 모습도 남아 있다”고 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그 사건 뒤 급격히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고 그 역시 비극적으로 삶을 마감했다”고 덧붙였다.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역사적 평가와 관련해서도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최 PD는 “박정희란 인물은 과도 많았지만 대한민국이 오늘의 경제적 도약을 이루게 한 거인이란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며 “그를 빼고 대한민국의 오늘을 설명할 수 있느냐”고 적었다.
이어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이 현대사에 남긴 족적을 높게 평가한다면 그만큼 박정희 대통령의 업적에 대한 평가도 높게 해야 균형이 맞다”며 “과에 대한 비판과 함께 그의 공적에 대해 후세대들이 자세히 알게 해야 한다. 그래야 대한민국이 공통의 역사를 만들어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 PD는 최근 정치권의 진영 갈등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윤석열의 비상계엄 이후 점점 극단으로 치닫는 진보, 보수의 균열을 매우 걱정스럽게 생각한다”며 “지금처럼 서로 미워하면 나라가 온전하겠느냐”고 했다.
이어 “‘암살자(들)’이 논란을 만들고 있으면 진보의 어른들이 ‘너무 나간 상상’이라고 선을 그어주면 안 되느냐”며 “80이 넘어서도 국회의원을 하고 계신 한 어르신은 영화를 더 보라고 그러시더라. 기가 막혀서”라고 적었다.
최 PD의 발언은 ‘암살자(들)’을 둘러싸고 역사적 사실과 극영화의 상상력 사이의 경계를 두고 논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나왔다. 영화는 1974년 8월 15일 발생한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소재로 하며, 극 중 일부 인물들이 사건의 배후를 둘러싼 여러 가설을 제기하는 설정을 담고 있다.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은 이를 두고 “표현의 자유로 정당화될 수 없는 역사 왜곡”이라고 비판하며 영화 상영 중단과 허진호 감독의 국정감사 출석 등을 요구했다.
이에 제작진은 “특정한 역사적 결론을 새롭게 확정하거나 기존의 사실을 부정·왜곡하기 위해 제작된 영화가 아니다”라며 “영화 어디에서도 특정 인물을 사건의 배후로 규정하고 있지 않으며, 영화 속 가설과 극적 설정을 역사적 사실로 제시하고 있지도 않다”고 해명했다. 또 “특정한 정치적 의도로 제작된 영화가 아니다”라며 작품을 창작의 산물로 봐달라고 당부했다.
허진호 감독도 앞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사건의 배후였다는 해석과 관련해 자신은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없다는 취지로 선을 그었다.
논란은 영화 밖으로도 번지고 있다. 주연 배우 유해진이 출연한 광고 영상에 영화 출연을 비판하는 댓글이 이어지는가 하면, 영화평론가 이동진의 리뷰 영상에도 수천 개의 비판 댓글이 달린 뒤 해당 영상이 비공개로 전환되는 등 파장이 계속되고 있다.
최 PD는 1986년 MBC에 입사해 ‘PD수첩’ 등을 연출했으며, 2012년 해직된 뒤 뉴스타파에서 활동했다. 2017년 12월 MBC 대표이사 사장에 선임돼 2020년까지 재임한 뒤 뉴스타파로 복귀해 PD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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