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증거개시 제도 시행 앞뒀지만… 사각지대는 어쩌나

올해 초 한국형 디스커버리 입법화
2028년 2월 시행 하지만 적용 범위
기술 분쟁 한정, 사각지대 여전
다만 대형 로럼 역량 확보 나서
올해 초 국내 최초로 ‘한국형 디스커버리(증거개시)’ 제도가 입법화됐지만, 적용 범위가 기술 자료 유용 분쟁에 국한되면서 증거 접근이 가로막힌 다수 소송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남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관련 추가 입법이 예상되면서, 대형 로펌들은 디지털 포렌식 등 핵심 역량 확보에 나서고 있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상생협력법 개정안이 지난 1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오는 2028년 2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정부가 핵심 국정과제로 삼은 중소기업 기술탈취 근절을 위한 후속 입법이다.
법원이 지정한 전문가가 상대방 사무실·공장 등에 출입해 자료를 열람·복사하는 ‘전문가 사실조사’, 자료 훼손을 막는 ‘자료보전명령’, 법정 외 신문을 증거로 삼는 ‘당사자 신문’ 등이 주된 내용이다. 조사를 거부·방해하면 법인에 1억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동안 기술 탈취 관련 법적 분쟁에서 피해 업체는 고질적인 정보 불균형으로 피해 입증에 절대적 불리함을 겪어 왔다. 이에 이번 제도가 도입됐지만, 적용 범위는 기술 분쟁에 한정된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증거가 상대방 내부에 집중되는 구조는 기술 분쟁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적법한 수집 수단이 없는 상태가 길어질수록 수요는 흥신소 같은 음성 시장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향후 제도 확장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이미 대형 로펌들은 대응에 나서고 있다. 특허법과 실용신안법, 부정경쟁방지법, 하도급법, 민사소송법에도 한국형 디스커버리 도입을 골자로 한 개정안이 다수 발의돼 있어 순차 도입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로펌의 핵심 역량으로 디지털 포렌식이 꼽힌다. 조사 대상이 전자문서·서버·통신기록으로 확대될 경우, 자료를 수집·분석·보전하는 기술력이 소송 승패를 가르는 변수가 될 수 있다.
법무법인 세종은 지난 2월 디지털 포렌식 솔루션 ‘액시엄’의 최상위 버전 ‘사이버(Cyber)’를 도입해 원격 데이터 수집과 악성코드 탐지 기능까지 갖췄다.
법무법인 대륜은 쿠팡의 미국 소송에서 현지 협력 로펌 SJKP와 함께 디스커버리 절차에 대응한 경험을 국내 제도 대비에 활용하고 있다. 대륜은 산하 증거조사센터와 포렌식센터를 연계해 전자정보 분석과 증거 확보까지 지원하면서 글로벌 원스톱 시스템 구축에 나서고 있다.
법무법인 율촌은 디스커버리·포렌식 센터를 축으로 기술적 대응 체계를 정비했고, 법무법인 태평양도 지식재산(IP) 분야 전문가 영입에 나섰다. 법무법인 지평도 디지털포렌식센터를 중심으로 대응 전략을 수립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법인 화우는 이디스커버리(eDiscovery) 솔루션에 인공지능(AI)을 접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고, 법무법인 광장도 증거 자동분석 AI 구축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형 로펌 관계자는 “증거 개시가 열리면 분쟁의 승패가 법정이 아니라 자료 확보 단계에서 갈리게 된다”며 “제도 적용 범위가 넓어질수록 적법한 증거 수집 역량을 갖췄는지가 로펌의 경쟁력을 가르는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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