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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 September 15, 2026

AI 취재하러 일본행…“우리 네코짱은 인간 말 못 해요” [두런두런 AI 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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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챗지피티로 가공했습니다.
사진을 챗지피티로 가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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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번 말한 듯한데… 이주현 기자는 사반세기 넘게 기자 생활을 했습니다만, 사실 알고 보면 ‘기획 기사’를 ‘기획’한 경험이 많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논 건 아니에요. 그거 있잖아요. 소 키우는 거. 매일 벌판에 나가 꼴 베고 쇠죽 쑤는 것처럼, 주로 ‘데일리 이슈’를 다루는 데 많은 시간을 썼죠. 더 늦으면 더 후회할까 봐 한국언론진흥재단 기획취재 공모사업에 신청했어요. 결국 ‘에이아이 에이징(AI-AGING): 노인을 위한 에이아이는 있다’라는 기획기사로 지원을 받게 됐습니다. 이에 지난주 한겨레 사디랩 요원들, 즉 한귀영 소장과 이주현 기자 모두 일본을 다녀왔어요. ‘AI-AGING IN TOKYO’라고 할까요.

사실, 일본에 가기 전부터 많은 사람이 물었어요. 한국보다 일본이 에이아이를 더 많이 써? 노인들이 에이아이를 그렇게 많이 알아?

아시다시피 65살 노인이 전체 인구 20%를 넘는 것을 초고령화라고 하잖아요. 일본은 2007년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고, 지금은 인구 30%가 65살 이상이에요. (참고로, 한국이 초고령화에 이른 건 2024년입니다) 현재 인공지능 열풍의 도화선이 된 생성형 에이아이는 2022년 말 등장했지만, 사실 인공지능은 훨씬 이전부터 쓰이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최근 몇 년 새 돌풍을 일으킨 첨단 인공지능은 아니더라도, 일본 시니어들을 위한 에이아이는 이것저것 있지 않겠어요? 한귀영 소장과 이주현 기자가 AI-AGING 국외 취재국으로 일찌감치 일본을 찍은 건 그런 이유에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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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물개 모양의 반려로봇, ‘파로’로 일찌감치 히트를 했어요. 산업기술종합연구소(AIST) 시바타 다카노리 박사가 개발해 2005년부터 일본에서 판매됐어요. 쓰다듬어주면 반응하는 식으로 전통적 AI 기술에 기반을 둔 기능을 갖췄죠. 마침, 사디랩 일행이 출장간 때는 시바타 박사님이 장기 국외 출장이셔서 나중에 줌으로 소통하기로 했습니다. 일본 백화점에서 시판 중인 파로의 실물을 봤는데 정말 귀엽더군요. 숱이 많은 속눈썹 아래 까만 눈동자로 빤히 쳐다보는데 심장 멎는 줄 알았어요.

일본 백화점에서 팔리고 있는 파로.
일본 백화점에서 팔리고 있는 파로.

이리저리 반려로봇 업체를 알아보다가 사디랩 요원들에게 취재 인연이 닿은 곳은 가나가와현 가와사키시에 있는 반려로봇 업체 ‘트렌드마스터’라는 곳이었습니다. 폭우가 퍼붓던 지난 8일, 도쿄 신주쿠에서 전철을 타고 또 타고 택시를 타고… 베트남인 택시기사님과 소통이 잘 안돼 회사 근처 앞에서 뺑글뺑글 돌다가… 출발 2시간 만에 나카다 아츠시(73) 트렌드마스터 사장님을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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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다 사장님은 프리젠테이션 자료를 준비해 한국 기자들을 맞으셨습니다. 1953년 출생부터 시작해 유년기부터 대학생, 회사원을 거쳐 트렌드마스터 창업 등까지 70여년 자신의 인생을 공들여 브리핑했습니다. 그는 일본의 대표적 완구회사 ‘다카라 토미’에서 오랫동안 일했는데, 2011년 동일본대지진을 겪으면서 가치관이 많이 바뀌었대요. “나는 이제까지 아이들이 사달라고 보채면 엄마들이 지갑을 열게 만드는 장난감을 만들었구나… 나는 누구인가, 남은 일생 뭘 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어요.”

결국 나카다 사장님은 ‘가족의 행복을 창조하는 회사’라는 기치를 내걸고 2011년 7월26일 트렌드마스터를 창립했습니다. 트렌드마스터의 대표 제품은 ‘나데나데 네코짱’(쓰담쓰담 냥이)이라는 반려로봇입니다. 등을 쓰다듬으면 냐옹~ 울고, 목을 만지면 갸르릉~ 꼬리를 잡아당기면 캬악~ 싫은 반응을 보이죠. 모두 20가지 반응을 보일 수 있다고 합니다. 네코짱은 실제 고양이와 매우 흡사합니다. 어슴프레한 곳에서 보면 진짜 고양이로 보일 것 같아요. 어떤 손님은 무지개 다리를 건넌 반려묘 사진을 들고 와서 똑같이 만들어달라고 한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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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코짱의 주고객은 고령층입니다. 지방자치단체마다 다르지만 일본에선 일정 나이 이상이 되면 유기동물을 분양해주지 않습니다. 반려동물을 일찍 여의고,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또다른 반려동물도 맞을 수 없는, 그러다 요양시설로 옮겨 여생을 보내야 하는 노인들은 네코짱을 품에 안고 많은 위로를 받는다고 합니다. 2017년 일본 정부의 반려로봇 조사에서 네코짱은 노인들의 심리적 안정감을 높이는데 35% 효과가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나카다 사장님은 자료를 보여주면서 설명했습니다.

개를 닮은 하치코(왼쪽)와 네코짱을 안고 활짝 웃고 있는 나카다 사장님.
개를 닮은 하치코(왼쪽)와 네코짱을 안고 활짝 웃고 있는 나카다 사장님.

하지만 네코짱은 소리를 낼 뿐 움직일 수 없습니다. 기억·학습하는 능력도 없어요. 말은, 당연히 못해요. 흠… 심플하더군요.

“요즘 인공지능을 활용한 로봇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트렌드마스터도 이런 테크놀로지를 이용한 로봇을 만들 계획이 있으신가요?”

이주현 기자의 물음에 나카다 사장님은 단호하게 말씀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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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로 말을 걸면 일본어로 답하는 고양이보다는, 실제 고양이와 가깝게 만드는 게 우리의 목표입니다. 관절이 움직인다거나 심장 박동이 느껴진다거나 그런 쪽으로 개발하고 싶습니다. 에이아이로 다양한 기능을 넣으면 노인들이 비싸서 살 수 없어요. 첨단 로봇은 사용법도 가르쳐야 하고 애프터 서비스(AS)도 해야 하는데 쉽지 않아요.”

흠…트렌드마스터는 한국의 에이아이 기반 로봇회사에 관심 많다고 들어서 찾아왔는데…앞으로 AI 로봇으로 업그레이드할 거라는 대답을 기대했는데…

거듭된 질문에도 나카다 사장님의 입장은 확고했습니다.

“AI로 처리되는 데이터가 많아서 자칫 정보유출 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노인들은 자신의 개인정보를 빼갈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커요. 일본은 90~100살 고령자가 많은데요, 그런 분들한테는 네코짱이 주는 정도의 정서적 위안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2년 전 돌아가신 나카다 사장님의 아버지는 일본의 유명한 충견, 하치코를 재연한 반려로봇을 너무 사랑하셨다고 합니다. 죽을 때 관에 넣어달라고 해서 함께 화장했을 정도로요.

숙소로 돌아가는 길. 이주현 기자는 AI 취재와는 뭔가 어긋난 느낌에 당황스러워하면서도 여러 가지 생각을 떠올렸습니다. 한국의 시니어들은 에이아이 열풍에 뒤처질까 봐 불안 반, 호기심 반으로 에이아이 공부에 매달리고 있어요. 그런데 인간에게 필요한 기술은 무엇일까요? 마지막 가는 길까지 인간을 지킬 기술은 무엇일까요? 무언가에 애착을 느끼고 아끼고 사랑하는 모습, 최후까지 인간을 존엄하게 만드는 그 마음을 지키는데 충분한 기술은 어느 정도일까요? 이주현 기자가 ‘에이아이 에이징’을 취재하는 이유는, 고령층이 삶의 주도권을 쥐는 데 에이아이가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었습니다. 나카다 사장님은 비록 에이아이에 관심을 안 두려 하지만, 인간다움을 지키는 기술을 개발한다는 점에서 ‘에이아이 에이징 스피릿’의 또다른 변주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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