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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 November 2, 2026

[올앳부동산]리모델링 수직 증축의 미래, ‘나무 아파트’가 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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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오사카·간사이 엑스포의 ‘그랜드 링(Grand Ring)’ 전경. 오사카·간사이 엑스포 공식 홈페이지

일본 오사카·간사이 엑스포의 ‘그랜드 링(Grand Ring)’ 전경. 오사카·간사이 엑스포 공식 홈페이지

지난해 일본에서 열린 오사카·간사이 엑스포는 특별한 구조물로 눈길을 끌었다. ‘그랜드 링(Grand Ring)’이란 이름 그대로 지름이 675m에 달해 각국 박람회장을 모두 감싸 안는 거대한 반지 모양 건축물을 세운 것이다. 규모보다 더 인상적인 건 재료였다. 최고 20m의 구조물을 나무로 만든 것이다. 이 건축물은 ‘세계에서 가장 큰 목조 건축물’로 기네스북에 올랐다.

이뿐만이 아니다. 도쿄 시부야·니혼바시 등 도심엔 9~20층 높이 목조 빌딩이 올해부터 하나씩 완공될 예정이다. 세계초고층도시건축학회가 지난 8월 꼽은 50m가 넘는 고층 목조건축 사례 30선엔 도쿄뿐만 아니라 호주 시드니, 캐나다 토론토, 영국 런던 등 세계적 도시의 건축물이 꼽혔다. 그 중엔 182m, 42층 높이로 시공 중인 건물도 있다.

국내에서도 목조 건축이 틈틈이 시도되고 있다. 서울 성북구 종암동 개운산마을 가로주택정비사업조합은 오는 4일 국내 최초 목조아파트의 구조와 접합 기술 등을 검증하는 공개 시험 행사를 개최한다. 이 조합은 아파트 8개 층을 목조로 시공 중이다. 서울시는 광진구에 다목적 경기장을 목조로 짓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철근콘크리트란 익숙한 재료가 있는데 왜 굳이 아파트에 목조를 쓸까. 튼튼하긴 할까, 불이 나면 어떡할까. 다수 목조 건축 설계·연구 경험이 있는 구자균 간삼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 친환경본부장과 박성식 토지주택연구원 연구위원에게 들어봤다.

서울시가 2031년 준공을 목표로 추진 중인 광진구 광장동 다목적 목조경기장 계획도. 서울시 제공

서울시가 2031년 준공을 목표로 추진 중인 광진구 광장동 다목적 목조경기장 계획도. 서울시 제공

우선 나무가 철근콘크리트만큼 튼튼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선 현대 목조 건축은 전통 한옥처럼 통나무를 쓰는 게 아니란 점부터 짚어야 한다. ‘공학 목재’라고 불리는 특별히 제조한 목재를 쓴다.

예를 들어 ‘CLT’는 2~3㎝ 두께의 목판을 나무결이 가로, 세로로 번갈아 교차하게끔 겹겹이 쌓아 접착한 공학 목재다. 장작을 팰 때 나무결을 따라 패면 쉽게 쪼개지듯, 나무는 결 방향이 비교적 약한데 이를 교차 접합으로 보완한 것이다. 이렇게 만든 공학 목재는 건축물의 바닥과 벽에 쓸 정도로 충분히 강하다고 한다. 구 본부장은 “개운산마을 아파트의 목재 바닥 두께가 오히려 일반 철근콘크리트 바닥 두께보다 얇다”고 했다.

화재엔 어떨까. 나무가 불에 타는 재료인 것은 맞다. 다만 건축물에서 보통 말하는 ‘내화 성능’은 불에 타지 않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 불이 빠르게 확산하거나 건물이 바로 무너지지 않고 사람들이 대피할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주는지가 관건이다.

콘크리트는 불에 타진 않지만 고열에 오래 노출되면 수분이 빠지면서 터지듯이 부서진다. 그럼 콘크리트가 감싸고 있던 철근이 열에 노출되면서 엿가락처럼 휘어진다. 미국 9·11테러 당시 세계무역센터(WTC)가 그렇게 삽시간에 무너졌다. 철근콘크리트 건물에서도 핵심은 철근이 불에 닿지 않게 그 주변을 콘크리트로 충분히 두껍게 둘러싸는 것이다.

목조 건물도 마찬가지다. 박 연구위원은 “캠핑장에서 장작 태울 때를 떠올려 보면 된다”고 했다. 장작에 불이 잘 붙지 않고, 붙더라도 표면에 숯이 형성되며 천천히 타들어 가는 것처럼 목조 건물은 화재에 견딘다는 이야기다. 1시간에 4㎝ 정도 타들어 간다고 보면 된다. 목재 기둥을 세운다면 그 위의 구조물 하중을 지탱할 수 있을 만큼의 너비로 설계한 다음 화재에도 1시간을 버티게 하려면 4㎝를, 2시간을 버티게 하려면 8㎝를 더 보강하면 된다.

전문가들은 화재에 안전하다는 ‘기본’ 조건 외에도 시공의 간편함을 목조 선택의 이유로 제시한다.

목조 아파트는 ‘모듈러 주택’과 유사하게 건설된다. 대부분 공장에서 설계도대로 자재를 미리 가공한 다음 현장으로 운반해 조립하는 방식을 쓴다.

목조를 아파트 리모델링에 적용하자는 제안은 그래서 나온다. 철근콘크리트만큼 튼튼한데 시공은 빠르고, 같은 크기라면 목재의 무게가 철근콘크리트의 5분의 1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프랑스 파리엔 실제로 5층 높이 756가구 규모 사회주택 옥상에 목조를 사용해 2개층 높이로 64가구를 증축한 사례가 있다. 하중이 크게 증가하지 않아 기존 건물의 구조를 보강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기존 주민들이 계속 거주하는 가운데 공사는 마무리됐다.

이처럼 국내 아파트 리모델링에서 찾기 어려운 수직증축의 가능성을 목조에서 발견할 수 있다. 목재로 증축하면 철근콘크리트로 증축할 때보다 실리는 하중이 가벼워 층수를 더 많이 올릴 수 있으므로 그만큼 추가 가구 수가 더 늘게 되고, 사업성도 더 커진다.

리모델링뿐만이 아니다. 구 본부장은 “부설 주차장으로만 쓰던 땅에 건물을 새로 짓고 싶어한 모 대학병원에 목조로 신축할 것을 제안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철근콘크리트로 지을 경우엔 주차장을 폐쇄하고 땅을 파헤쳐 구조를 보강해야 했는데, 목재로 지으면 주차장을 계속 유지하면서 기둥만 세워 건물을 올릴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다만 관련 전문가들이 꼽는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목조 건축이 대중화하기 위해선 넘어야 할 과제도 많다. 개운산마을에서 목조 아파트가 처음 시도되는 만큼 아직은 안전성은 물론 방음 등 주택에 쓰기에 충분한지에 대해 하나씩 증명해 가는 과정에 있다.

건축할 때 수입 목재를 써도 탄소감축 실적에 반영되도록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목재는 제작부터 폐기까지 전 생애 과정에서 철근콘크리트보다 탄소를 덜 배출한다. 하지만 현재 한국과 미국·일본 등 주요국이 택한 탄소감축 계산법에선 실제 목재의 탄소감축 효과가 3분의 1 정도만 인정받는다. 수입 목재는 목재 원 생산 국가에 탄소감축 기여가 인정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목재 자급률이 20%가 채 안 될 정도로 수입 목재 의존도가 높다.

박 연구위원은 “수입 목재의 탄소 저장량도 탄소감축 실적에 반영할 수 있게 다른 계산법을 택하도록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며 “장기적으로는 목재 자급률을 높이는 노력도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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